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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헌재 폐지론' 까지…수위 넘는 여권 '헌재 흔들기'


조배숙 "정치 편향적,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홍준표 "박근혜 때처럼 엉터리 판결하면 개헌·폐지"
헌법학계 "정치적 목적만으로 책임감 없이 내질러"
"한국 민주법치, 헌재 작동해 그나마 이만큼 발전"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여권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급기야 율사 출신 중진들 입에서 '헌법 폐지론'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항의방문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6 [사진=연합뉴스]

판사 출신의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라며 "헌재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헌재는) 헌법 기관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재판해야 한다"며 "박근혜 탄핵 때처럼 또 집단광기에 떠밀려 엉터리 판결하면 헌재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다음 개헌 때 헌재 폐지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판단 제외 움직임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우선 심리 방침 등을 문제삼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불거진 '헌재 폐지론'에 대해 헌법학계에서는 특정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무책임한 말로 사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마치 헌법재판소가 권한을 남용한다든지 또는 정치·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하는 이야기"라며 "그조차도 아무런 생각도 근거도 없이 정치적인 목적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가 탄핵을 남발하는 게 문제이지 헌재 제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며 "탄핵 제도 의미는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데, 이걸 생각하면 그런 무책임한 발언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정치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면 일부러 내지르는 경향이 있다"며 "자기한테 당장 좋다고 생각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취임 및 시무식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헌법재판관,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 김형두 헌법재판관, 정형식 헌법재판관. 2025.1.2 [사진=연합뉴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지금까지 제대로 잘 작동했기 때문에 그나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이만큼 발전한 것"이라며 "헌재를 폐지하자는 건 너무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개정을 통해) 헌재 폐지는 가능하지만, 지금 와서 폐지를 주장하는 건 결국 자기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주장에 불과하다"며 "정부·국회의 여러 가지 흠결을 시정해 주길 기대하는 상황에서 헌재의 역할을 저해하려는 시도로 비친다"고 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헌재 기능이 정치 사건을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적어도 헌법재판관 구성원의 면면에 관계 없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 받아야 하는데, 스스로 중립성 준수를 포기하거나 편향될 경우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지금 헌재는 재판관이 누구냐에 따라 대충 결론이 짐작되고 있다"며 "마치 시민 활동가들에게 법복 입혀 앉혀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이나 감사원장, 검사들 탄핵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헌재의 판단 보류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결정한 바가 아직 없다.

헌재는 정치권의 공격에 대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전날(9일) 브리핑에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논평으로 헌재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헌재는 독립적 심판 기관으로 심판정 밖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공정한 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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