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내홍에 빠진 개혁신당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당내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준석 의원은 출마를 시사하고 있지만, 허은아 대표 리더십 문제로 촉발된 내부 갈등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우리 모두를 극단적 분열로 내모는 정치적 편향성을 지양한다'는 당 강령하에 창당한 개혁신당은 내부 갈등에 진통을 겪고 있다. 김철근 전 사무총장 경질 과정에서 불거진 허 대표와 일부 지도부 간 마찰이 '기폭제'가 됐지만, 당내 일부에선 사무총장 경질 건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당대표 리더십' 문제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3지대의 '단일대오', 개혁신당엔 없어
현재 개혁신당은 사무총장 경질 사태와 당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허 대표의 부당 지시 등 논란을 두고 당내에선 진실공방에 빠져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험 신호'는 당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측됐다. 4·10 총선 이후 제3지대 정당을 표방하는 소수 원내 정당 중 조국혁신당을 제외하면 다른 정당들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혁신당과 개혁신당보다 영향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진보당조차 비록 10·16 영광군수 선거에서 낙선으나 혁신당을 누르고 2등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혁신당 그리고 진보당과 비교하면 현재 개혁신당에 부족한 점은 '단일대오'라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을 인정하고 추대할 정도로 '조국'이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성과 내부 결속을 이뤄냈다. 당내 최대 '스피커'로서 역할을 겸임한 조 전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확벙 받고 구속 되기 전까지 인지도가 낮은 원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면에 나서 홍보를 자처한 것도 당 지지율을 견인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개혁신당과 의석수(3석)가 같은 진보당은 원내와 원외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별해 활동 중이다. 원내 의원들은 당의 정체성인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입법 활동에 전념하고 있고, 원외인 김재연 대표는 취임 이후 주말을 반납하고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집회에 동참하는 등 '투트랙'으로 활동 중이다.
반면, 개혁신당은 지난 총선 슬로건인 '거대 양당 타도' 기조에 머문 채, 당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 지지율이 '만년 4%대' 라는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 채 특정 이슈로 인한 반사이익 정도를 기대하는 눈치다.
허 대표가 주력 중인 정책은 당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청년 정치 활성화' 방안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1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만나 '정치 신인'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다. 30년 전 김영삼 정부 당시 '소통령'으로 불리던 인사와의 만남이 현재의 20·30세대에게 얼마나 소구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22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허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겠지만, 개인적으론 만남이 적절한지 의문은 있다"고 지적했다.
당 내 갈등 수면 밑으로…'대표 리더십 파열음' 계속
허 대표의 당 운영 방향성에 대한 반발이 '사무총장 경질 사태'로 표출되면서, 이 의원을 비롯해 다수 당내 인사들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해 소집된 지난 1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급기야 정례적으로 열리던 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16일 이후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이견 노출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내부 합의를 거쳐 운영 방식을 내놓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봉합수순에 들어갔지만, 당은 '지라시'(정보지) 여론전까지 펼쳐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준석 의원의 '조졌네, 어차피 저거 얼마 못 가'(허 대표 당대표 선출 직후)라는 발언 유포자로 지목되는 허 대표 측근이 '사무총장 경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부터 국민의힘과의 합당 계획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난립하고 있다. 허 대표는 배후는 자신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이 의원은 "더러운 정치를 이 기회에 근절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허 대표에 대한 리더십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당내 일부에선 노동조합을 결성해 집단행동에 나섰고, 일부 지도부는 "도대체 어떤 비전을 내놓을 것인가"라고 허 대표에게 묻고 있다.
당내에서 허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배경에는 '조기 대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이재명 대표라는 대선 후보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선제적으로 움직여 '대선 아젠다' 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개혁신당도 '이준석'이라는 대선 후보를 가진 만큼, 당도 조기에 대선 체제 기틀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동안 '허은아 체제'가 보여준 운영 방식으론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운영 방식과 시스템 갖추는 게 우선"
대선 체제가 어렵사리 구성된다고 해도 내홍이 수습되지 않는 이상 갈등은 잠재적 위험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와 협의해 대통령 후보 출마 예정자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한다. 상임고문이 된 대선 후보는 각종 회의에 참석해 당무 전반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단, '의견 개진'일 뿐이지 지시 권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른 정당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하지만 사실상 대선 국면에서는 대선 후보가 '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당무 전반에 권한을 행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 국면에서도 갈등의 중심에 있는 허 대표와 이 의원 간 신경전이 표면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종원 전 공보국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어설프게 대선 캠프를 차리거나 황당하게 당을 운영하는 촌극이 올해 안에 멈췄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제대로 갈 수 없다면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편이 낫다"는 극약처방까지 제시했다.
'분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당내 핵심층에선 허 대표의 비전 제시를 우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승민 노조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체제로는 당이 어려울 것 같기 때문에 운영 방식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당직자들이 어떤 비전과 목표하에 당을 위해 일하는지도 불명확한 상황인데, 대선 체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선은 당의 시스템을 구축해 추진력을 갖춘 이후에 문제"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부 관계자는 "허 대표가 제시하는 수권 정당은 이상론적인 부분이 있다"며 "소수 정당으로서 개혁신당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지만, '전국 당협위원회 설치'처럼 이상적인 목표에 엇박자가 나면서 선거에 후보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걱정"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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