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알파고 바람 ③한국 AI 어디까지?


AI 시대 맞아 정부·기업 잰걸음…인재 육성·구체적 논의 등 필요

[아이뉴스24 성지은기자]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에게는 '쇼크'였다.

알파고는 결코 바둑에서는 인간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세돌 9단과의 총 다섯 번 대국에서 네 판을 이기며 AI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알파고 승리 후 AI가 인간을 넘어서거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른바 'AI 포비아' 현상과 함께 AI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AI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당장 관련 기술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AI 기술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것.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등에 의지를 보이면서 한국형 AI 기술 개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그러나 현재 국내 AI 기술은 미국 등 기술 선진국에 한참 뒤쳐진 상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2014년 ICT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소프트웨어(SW) 기술은 미국 대비 75% 수준으로 여전히 2년 가량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AI 응용 SW도 미국의 74% 수준으로 2.3년 가량 격차를 보였다. IT 시장에서는 1년 새 기술이 크게 바뀌는 만큼 2년의 기술 격차는 따라잡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AI에 대한 투자 규모 역시 현저히 떨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AI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련 투자 규모는 기술 선진국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30배 가까이 차이 난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 하에 향후 10년간 30억달러(3조2천800억원)를 투입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유럽연합(EU) 또한 10년간 10억유로(1조3천700억원)를 투입한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일본은 올해부터 AI 연구를 위해 10년간 1천억엔(1조18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향후 10년간 1천70억원이 투자되는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AI 관련 분야에 연 38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전 세계 인지·인공지능 시스템 시장규모는 80억달러(9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시장을 이끄는 것은 미국 등 북미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으로, 전체 매출 중 62억달러(7조4천억원)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련 시장매출은 3억3천700만달러(4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가운데, 이조차도 대부분은 일본 차지로 아태지역 전체 시장 매출 3분의 1 이상이 일본(1억3천100만달러)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 AI 기술·산업 진흥 위해 전략 수립

우리 정부도 다가올 AI 시대에 대비하고 국내 AI 산업 육성을 위해 AI 관련 전략 수립 등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능정보사회 선도 AI 프로젝트'를 추진, 구체적인 기술개발과 산업 증진을 꾀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AI 공통플랫폼 구축, 차세대 AI 원천 기술 개발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관련 사업에는 앞으로 1천704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AI 공통플랫폼 구축 사업은 7년간, 차세대 AI 원천 기술 개발 사업은 5년간 추진된다. 프로젝트는 AI 기술 수준을 높이고 AI 응용 서비스 개발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등 지능정보기술이 이끌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도 내놨다. 종합대책은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법제도 정비 등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총망라했다.

정부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거래 활성화를 촉진해 데이터가 AI SW의 기계학습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750억원 규모의 지능정보 플래그십 프로젝트 등을 통해 AI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또 AI의 판단 착오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 등 이에 대비한 법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모태펀드 등을 활용한 지능정보 지원펀드 마련, 또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인 '지능정보사회 전략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추진체계를 통해 속도감 있게 실행한다는 목표다.

◆기관·기업, AI 대응 '잰걸음'

국내 기업 또한 AI 산업 육성 및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에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을 아우르는 기업과 정부기관이 모여 '지능정보산업협회'도 출범했다.

SK텔레콤을 회장사로 통신, 금융, 제조, SW 기업 57개 기관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앞으로 지능정보산업 실태조사, 정책 제안, 산학연 협력, 국제 협력 사업 등을 기획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각 관계 기관과 기업들은 AI 솔루션과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등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개발해온 토종 AI '엑소브레인'을 장학퀴즈 대결에서 공개, 눈길을 끌었다.

또 국내 SW 기업 솔트룩스는 AI 플랫폼 '아담'을 선보였다. 내년 3월 아담이 정식 서비스에 나서면, 금융 콜센터, 가상비서 등에 아담을 활용한 서비스가 상용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 '누구'를 선보이고, 대화를 통해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적용된 '누구 스피커'를 출시하기도 했다. 내년엔 누구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 AI 서비스를 하드웨어(HW)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10월 열린 개반자 콘퍼런스 '데뷰 2016'에서 AI가 접목된 대화시스템(아미카), 자율주행, 로보틱스, 통역앱(파파고), 브라우저(웨일) 등을 공개했다.

또 삼성전자는 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 AI를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언했고, SK C&C는 IBM 왓슨과 독점사업권 계약을 맺고 AI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 외 와이즈넛, 코난테크놀로지,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이스트소프트, 셀바스 AI, 마인즈랩, 뷰노 코리아 등이 AI 솔루션을 선보이거나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AI 시대 준비, 관건은 역시 인재

이 같은 AI 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역시 핵심 인력 확보다. 관련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AI 관련 기술은 전문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박사급 이상의 고급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중국은 매년 수백, 수천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배출하는 인력은 20~3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청사진 마련과 함께 AI 시대 발생할 수 있는 노동 및 법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원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AI 시대가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했다"면서도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핵심을 짚지 못했고, AI 시대가 가져올 노동 유연화 등 논쟁적 이슈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핵심사항들을 다루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이를 국정 최고 책임자 아래 둬 핵심 논의를 추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 주축이 돼 AI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의 AI 시대 대비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정부가 한 번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끝낼 게 아니라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미국은 연구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활용, 매출을 내고 이익을 창출해 생존할 수 있도록 유효소비시장을 조성해준다"며 "연구개발에 끝나지 않고 상용화 되고, 민간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공공에서 채택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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