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지도부 사퇴를 논의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친박과 비박계의 격론 끝에 정진석 원내대표의 다음달 2일 사퇴로 일단락됐다. 다만 이정현 대표가 비박계의 사퇴 요구를 거부,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비박계 의원들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이정현 대표의 즉각사퇴 ▲비대위 체제 전환 시까지 한시적인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 유지 등을 주장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비박계 대선주자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까지 나서서 이날 의총에 참여했다.
비박계 의원 20여명은 일제히 발언을 신청,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종구 의원은 의총에서 "당정청에 충신 대신 간신이 많았기에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 역시 "오늘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가장 명분 있는 모습"이라며 "촛불에 밀려 사퇴하는 것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 우리 당 스스로가 결정해 사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이 대표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하태경 의원도 "새누리당은 60년 자유당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길을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자유당처럼 공멸의 길을 가는지 모르고 있다. 자유당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정현 지도부의 총사퇴가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비박계의 잇따른 지도부 퇴진 요구에 정 원내대표는 결국 사퇴의 뜻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이 크다"며 "정기국회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인 예산안 처리와 거국내각이 구성된 뒤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잇따르는 사퇴요구에도 끝까지 버티는 이정현
정 원내대표의 사퇴 발표에도 비박계는 공세를 늦추지 않고 이 대표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하고 예산국회를 끝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소속 의원들도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이 대표를 상대나 하겠느냐. 당과 민심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강 최고위원은 오는 7일까지 이 대표가 퇴진하지 않을 경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는 "다음주 월요일 최고위가 열리기 전까지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사퇴성명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계는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태흠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당 지도부를 비판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난파직전인 배에 선장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이 대표의 사퇴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의견을 모두 들은 이 대표는 "저는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자리에 내려오는 것은 너무 쉬운 결정이 아니냐. 중진 의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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