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기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가구 소득 중 세금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 모두를 주택 구매에 사용한다고 해도 16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실련이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자료의 지역별 주택 가격과 가구 소득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16개 광역자지단체 중 가장 높으며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4.6년치 가처분 소득을 모아야 한다.
경실련은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과 주택 가격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가계금융 복지조사의 지자체별 가구 소득과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을 비교했으며 평균은 일부 가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소득과 가격 모두 중간값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생활비 등을 제외할 경우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로 이들을 위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제 등 세입자 보호 대책 도입이 절박하다"고 밝혔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전월세 계약 갱신시 인상률을 5%로 제한해 세입자들이 빚을 내 전세값을 올려줄 수 밖에 없는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최소 6년(또는 4년)의 계약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구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으로 연 5천100만원, 서울은 4천100만원, 광주 3천900만원 등 전국 평균 3천860만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은 지역은 전남으로 연 2천995만원이다. 이 중 세금과 사회 보험료 등 개인의 지출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조세 등으로 걷어가는 비소비 지출(연852만원, 가계동향조사)을 제하면 전국 가구 중간 가처분 소득은 3천만원이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3천200만원, 3천300만원이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중간 가격은 2억6천만원이며 서울이 5억2천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1억원이다. 경기 2억8천만원, 대구 2억5천만원, 부산 2억3천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결국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모두 주택 구입을 위해 모은다고 해도 서울은 16년이 넘어 전국에서 가장 오래 걸렸다"며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4.6년이 소요됐다. 2억8천만원으로 서울에 이어 주택 가격이 비싼 경기도의 경우 8.5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처분 소득이 4천2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울산도 5년 동안 모든 소득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등이 8년이 넘었으며 전국 평균은 8.8년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서민들은 전월세로 거주해야 하지만 정부의 임대시장 방치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2년 전 서울에서 2억8천만원이던 전세를 올해 재계약하기 위해서는 3억6천만원이 필요하며 수도권은 6천만원을 올려줘야 한다"며 "4년 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정상적인 가구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급격한 전세 가격 상승을 통제하기 위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세입자의 거주 기간 보장을 위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국회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만 일삼으며 제도 도입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조현정기자 jh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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