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가천대 길병원이 10월 중순부터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왓슨'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한다.
길병원은 종양내과·흉부외과·호흡기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영상의학과 등 분야별 암 전문의가 팀을 이루는 다학제 암진료에 왓슨을 참여시킨다. 향후 암진료를 넘어 고혈압, 당뇨, 난치성 신경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길병원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으로 제공되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내달 15일부터 의료 서비스에 활용한다고 8일 밝혔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립 암센터인 '메모리얼 스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학습했다.
길병원은 1천400개 병상을 보유한 국내 5위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매년 5만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인공지능 암진료 예약센터를 열어 운영하게 된다"며 "(왓슨을 통한) 실질적 진료는 10월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병원에 따르면 왓슨은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의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조언자(adviser)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언 단장은 "차량 네비게이션이 '가장 빠른 길'을 몇 가지 제공해줄 수는 있지만, 어느 길로 갈 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라며 왓슨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왓슨은 방대한 학습 능력을 통해 의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왓슨은 1초에 100만권의 책을 읽는다.
로버트 메르켈 IBM 왓슨 헬스 종양학 및 유전학 글로벌 총괄사장은 "의학 정보는 5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최근 통계를 보면 2020년엔 40일마다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간이 정보를 소화하고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서 일주일(168시간)에 167시간을 꼬박 읽어야 하는데 바쁜 의사 중에 누가 그렇게 많은 정보를 읽고 진료에 적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한 해만 전 세계적으로 약 4만4천 건에 달하는 종양학 논문이 의료 학술지에 발표됐다. 매일 122개의 논문이 쏟아지는 셈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거의 1천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학습했다.
의사들은 왓슨을 활용해 전문가 검토가 이뤄진 연구 결과와 임상 가이드라인, 전문가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개별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차량 운전자들이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듯 의사들이 왓슨에 기대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언 단장은 "왓슨은 바로 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대화를 하게끔 돼 있다"며 "왓슨이 내리는 결정에는 '레퍼런스'가 붙어 있어 찾아보고 전문의들이 모여 토론하게 돼 (그런 일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종 한국IBM 고객영업총괄 수석부사장은 "환자 집단이 아닌 개인별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밀 의료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 암 발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올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총 25만4천952건의 새로운 암 진단과 7만5천172명의 암환자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많이 확인된 암 유형은 남자의 경우 대장암, 위암, 간암, 갑상선암이며 여자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이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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