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시민단체가 정부의 판정기준 개선을 요구하며 심사 거부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소극적인 피해자 구재가 계속되는 한 판정 자체를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건강피해 범위와 정도를 제대로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정부의 판정방식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며 "내년 2월까지 판정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핵심 개선 방향과 개선 내용이 10월초에 채택되는 국정조사 보고서에 반드시 담겨 실질적이고 조속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야당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할 기록도 없는 마당에 판정 위원회의 소극적이고 잘못된 기준으로 폐섬유화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질환은 모두 살균제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행 정부의 판정 기준은 폐(말단 기관지 소엽 중심)에 국한돼 있어, 폐 섬유화만 진행돼도 직접적 관련성 없다고 판정 중이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도에 따라 관련성 확실(1단계), 관련성 높음(2단계), 관련성 낮음(3단계), 관련성 거의 없음(4단계)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직접적 치료비 지원과 관리 제도에서 멀어진 3~4단계 판정 피해자가 현황 조사를 거듭할 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피해자 접수 조사 이후 내려진 등급 판정에서 2011년에서 2013년까지 진행된 1차 정부 조사에서 50%에 달했던 1~2등급 피해 판정은 2차 조사에서 40%, 3차 조사에서는 30%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정부 피해자 조사가 국민을 위한 조사가 아니라 가해기업을 위한 판정으로 둔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병원 입원실 내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생후 2년 만에 딸아이를 잃은 피해자 A씨의 아내는 폐 이식 대기상태이지만 3등급 판정에 그쳤다. 또 사망한 딸은 4등급을 받았다. 병원 입원 당시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이유다. 이들 가족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또 B씨는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으며, 생후 6개월 만에 딸아이가 사망했다. 병원에서 '원인미상 호흡곤란'으로 판정했으며, 정부는 숨진 딸아이에게 4등급 판정을 내렸다.
또 다른 피해자 두 명은 4차 접수 대기 중에서 "정부의 판정 기준이 정의로울 때까지 판정 자체를 거부하겠다"며 등급 심사 기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정부가 가해 기업의 편에서 판정을 내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심사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며 "오늘(2일) 청문회에서 정부 사과와 환경부 판정기준 개선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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