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갑기자]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신청이 승인되면서 본격적인 법정관리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직전에야 회장의 사재 출연을 시도했던 한진해운이 계열사 매각과 사재 출연으로 법정관리를 벗어났던 웅진그룹과 어떻게 다른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이 1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31일 한진해운 측이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접수한 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여 포괄적 금지명령과 더불어 재산 보전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자산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은 일단 중지됐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이어져오던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에 의한 관리절차는 추가 연장 없이 끝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난 5월 4일 시작된 채권은행의 관리는 만기일이었던 8월 4일에 연장이 결정되면서 오는 9월 4일까지 계속되기로 한 바 있다. 법정관리로 채권은행의 관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오는 2일로 예정됐던 사채권자집회도 취소됐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내리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돌입할 전망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금융시장 대응 회의'에서 법정관리가 실시되면 선박, 인력, 네트워크 등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경쟁사인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정 부위원장은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가 겪을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운업계에서 빚어질 업무 차질에 대해서도 해양수산부 중심의 태스크포스 활동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법정관리 신청이 승인되기 직전 한진해운은 자체적인 유동성 자금 마련 구상안을 채권단에 두 차례 제출했다. 지난 8월 25일에는 다른 계열사에서 4천억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1천억원을 마련하는 안이 나왔고 8월 29일에는 조 회장의 사재를 추가 출연하는 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지난 8월 30일 이들 자구안의 수용을 거절했다. 채권단이 요구해 온 사재 출연의 규모가 정확하게 명시돼있지 않고 자구안 중에서 올해 안에 마련 가능한 금액이 필요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체 자구안 규모도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경우는 자구안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까지 한진해운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를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넘겼던 최 회장은 법정관리 전까지 사재 출연을 하거나 출연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옛 웅진홀딩스는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해 지난 2012년 10월 1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계열사 매각과 윤석금 웅진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해 이를 벗어난 바 있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는 계열사 극동건설이 지난 2012년 9월 27일 15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갚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등 경영난에 시달린 데 따른 결과다. 극동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아 법정 관리에 들어간 것. 이 같은 자구 과정에서 배임죄를 위반한 윤석금 웅진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정관리 이후 웅진은 웅진코웨이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들을 바탕으로 1년 4개월만인 지난 2014년 2월 11일 법정관리 체제를 졸업했다.
이원갑기자 kaliu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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