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기자] 올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자면 '왕홍'이 될 것이다. 왕홍이 경제·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왕홍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왕홍(网红)이란 '왕뤄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온라인상의 유명인사를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며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파워블로거', '1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 해외의 '유튜버(Youtuber)' 등과 유사하다.
왕홍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왕홍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소개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중국 내 소비자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는 등 왕홍이 미치는 파급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가 및 증권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왕홍 경제는 전자상거래, 광고, 유료아이템 및 서비스 등을 포함한 산업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1천억 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왕홍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이 이끄는 시장의 규모가 증대한 데에는 '지우링허우(九零後)' 세대의 소비형태가 반영됐다. 지우링허우는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며 중국 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지우링허우는 선대에서 이룬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유년기부터 시장경제를 접했다. 개방된 사회에서 자라 외국 문화에도 익숙한 편이며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있어서도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개인적·독립적·개방적·소비적인 성향을 보인다.
특히 지우링허우는 PC와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환경에 일찍부터 노출됐으며 SNS를 통해 취향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대학 등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우링허우의 약 61%의 지우링허우가 모바일 인터넷을, 39%가 PC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우링허우의 모바일 활용은 주목할 만한데 이들은 하루 3.8시간 휴대폰을 사용하며 월 121개의 온라인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쇼핑에 익숙한 지우링허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설명을 거부하고 이해가 쉬운 동영상을 선호한다. 아울러 이들은 지인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추천을 참고해 소비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왕홍은 바로 이러한 지우링허우의 특성을 파고들었다.
왕홍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자신이 입은 옷이나 사용하는 화장품을 소개한다. 단순 제품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옷에는 어떤 다른 패션 아이템이 어울릴지 코디법까지 알려주고 화장품을 활용해 어떻게 메이크업할 수 있을지도 단계별로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왕홍을 통해 설명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세하고 다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제품을 소개하고 댓글을 통해서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질문이나 요구사항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소비자들과 상품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등 소통하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믿는 왕홍, '오피니언 리더'인 왕홍이 소개하는 제품이라면 일반 광고를 통해 접하는 물건보다 더 신뢰할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소비자들은 왕홍을 통해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획득하고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최근에는 왕홍이 진행하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뉴미디어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현재 왕홍이 소개하는 상품의 영역은 패션·뷰티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영역은 게임, 생활용품, 가구 등으로 더 넓어지고 있다. 왕홍도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키우며 개인화되고 더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왕홍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왕홍 경제가 중국 경제의 신(新)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요자, 공급자, 환경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전문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보이는 지우링허우, 그들이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왕홍, 그리고 이 둘을 잇는 유통채널인 모바일 환경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 왕홍 경제를 키우고 있다"며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들도 왕홍과 지우링허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기자 lmj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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