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기자] 내년까지 1만5천명의 '쿠팡맨'을 채용하겠다고 한 김범석 쿠팡 대표의 약속 이행 가능성을 두고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뽑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채용 기준도 실제 정규직 실전환률이 기대에 못미쳐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잣대를 내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택배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채용해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해 11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송인력 강화를 위해 2016년 1만명, 2017년 1만5천명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기자간담회 당시 확보된 쿠팡맨은 모두 3천500여명이었다. 여기에 김 대표는 쿠팡맨 채용과 관련해 연봉 4천만원, 6개월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심사, 60% 정규직 전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대표의 청사진이 '불가능'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당초 김 대표가 언급한 충원 계획에서 현재 쿠팡맨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률은 약 5%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팡맨' 채용 속도 더뎌…'비정규직 양산' 문제 우려도
쿠팡에 따르면 쿠팡맨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3월부터 2015년 11월 초까지 약 1년 8개월동안 3천500여명의 쿠팡맨이 고용됐다. 이를 분기별로 계산하면 평균 1천166명가량이다.
또 현재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는 배송인력은 7월 기준으로 3천600여명이다. 결국 2015년 11월부터 현재까지 한 분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추가로 채용된 인원은 100여 명에 그친 셈이다.
산술적으로 볼 때 김 대표의 약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6천400여명이 더 충원돼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연내 1만명 채용은 물론 2017년까지 1만5천명 채용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계속해서 쿠팡맨을 채용하고 있지만 일이 예상보다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했던 바와 달라 자진해서 그만두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며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 채용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용 증가가 더디게 일어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맨의 채용 규모가 증가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더딘 정규직 전환율도 고민거리다. 쿠팡맨은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경우 또 다시 6개월 뒤에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
쿠팡맨 중 정규직 비율을 묻는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채용 시기와 방식이 다르고 쿠팡맨이 이직이나 퇴직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히 집계하기 힘들다"면서도 "쿠팡에 채용되는 것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더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맨의 자격조건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 그리 까다롭지 않다"면서도 "정규직 전환 기준은 더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쿠팡맨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고객 설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특히 주요한 심사 대상인 배달 효율성과 안전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규직 심사가 엄격한 것은 배송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효율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은 쿠팡맨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쿠팡 소속 전체 직원의 고용형태를 확인해 본 결과 비정규직 인원의 증가세가 정규직보다 더 높게 나타나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률도 더딘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정보(매년 3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에 소속된 근로자 수는 총 4천747명으로 정규직이 2천511명, 기간제(비정규직)가 2천236명이다. 2014년에는 상시근로자 1천205명 중 정규직이 1천187명, 기간제가 18명이었으며 2015년에는 2천823명 중 정규직이 1천771명, 기간제가 1천52명이었다.
연도별로 비교해 볼 때 2014년 1천205명이던 전체 소속 인원은 2015년 2천823명, 2016년 4천747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4%, 68% 증가했다. 정규직 인원은 2014년 1천187명이던 것에서 137% 늘어 2015년 2천823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2016년에는 2천511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경우 18명이었던 2014년보다 1년만에 5천744배 증가해 1천52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천23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수치로 볼 때 비정규직으로 우선 고용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쿠팡맨의 경우 비정규직 인원이 정규직보다 더 많으며 그 비중은 연도별로 더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영업손실 확대, 인력 채용에 제동거나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일각에서는 쿠팡의 영업손실액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인력 충원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채 때 책정된 쿠팡맨의 연봉은 세전 4천만~4천500만원이었다. 쿠팡의 계획대로 올해까지 1만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약 4천억~4천500억원이 소요된다. 6월 시작된 공고에서는 연봉이 세전 3천200만~3천8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이 역시 1만명 채용 시에는 3천200억~3천800억원이 쓰이게 되는 것으로 작지 않은 부담이다.
쿠팡은 2012년 소셜커머스업체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13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억5천300만원에 그쳤던 영업손실은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1천215억원으로 약 1천배 늘었다. 2015년에는 영업손실액 5천4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이 약 4~5배 증가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영업손실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 역시 투자의 일환으로 보고 지금처럼 계속 사업을 이끌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적자가 인력 채용의 발목을 잡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쿠팡이 물류센터 설립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투자 분에 대한 영업손실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쿠팡맨을 주력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적자가 계속 나는 상황에서 그 규모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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