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계열사가 대부분인 국내 SI 업체들은 그룹사 관련 사업에서 돈을 벌고 민간 시장에서 까먹는 장사를 하는 비정상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솔루션 업체들의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SI업체가 프로젝트를 저가로 수주한 뒤 솔루션 업체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SI업체들이 수익성강화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돈버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
그러나 SI업계의 이같은 행보에 솔루션 업체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SI업계의 수익성 강화가 가뜩이나 어려운 자신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에서다.
◆솔루션 업체 더욱 압박하나?
SI업체가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법은 2가지다. 제값받고 수주하는 것과 원가를 절감하는게 바로 그것.
그러나 IT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상 가격에 프로젝트를 수주한다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원가 절감이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원가 절감에는 프로세스 개선은 물론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솔루션 가격을 낮추는 것도 포함된다. 솔루션 업계가 SI업체의 수익성 강화 노력을 우려섞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보안솔루션 업체인 A사 CEO는 "CEO가 바뀐 모 SI업체가 수익성을 강조하더니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요구를 더욱 거세게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5천만원에 판매하기로 한 제품 가격이 깍이고 깍이더니 결국 1천만원까지 떨어졌다는 것.
원래부터 스펙에 들어 있던 제품이어서 동종 업체간 경쟁도 없었는데 갑자기 가격인하를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로 SI업체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루션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SI업체와 등을 지면 사업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솔루션 업체 B사의 경우 대기업 프로젝트에서 아예 무상 공급을 요구 받았다. 해당 SI업체는 "대형 프로젝트에 끼워주는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SI업체 시장 장악력 낮춰야
서버업계에 따르면 국내 서버시장에서 SI업계가 소화하는 물량은 60% 수준이다. 서버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SW시장에서도 SI업체들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SI업체들이 한국 IT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SI업체들은 대기업을 모 회사로 끼고 있는데다 공공 프로젝트까지 틀어쥐고 있어 솔루션 업체가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
더구나 각종 프로젝트가 연기 또는 최소되고 있어 '급한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 발생, 솔루션 회사가 SI업체 요구를 거절 하기는 더욱 힘들어 졌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IT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이 중소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SI업체들 중에는 '간판'만 빌려주고 실제 일은 솔루션 업체가 도맡아 하는 경우도 많다. '작은업체에 맡기면 불안하다'는 발주처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보통신부는 솔루션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일정 규모를 솔루션 업체만을 위해 배정하는 방안 등 제도적 육성책을 검토중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