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출시된 지 1년 반 가까이 지난 애플 아이폰6가 '때 아닌' 지원금 경쟁의 진원이 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아이폰6 지원금과 출고가를 대폭 조정한 가운데 SK텔레콤이 중저가폰 단말기 지원금을 크게 올려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6 실구매가가 사실상 중저가폰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저가 시장 경쟁을 촉발시킨 꼴이다.
◆SKT 중저가 주력 '루나' 공짜폰으로
SK텔레콤은 8일 자사 전용 스마트폰 루나의 공시지원금을 요금제와 관계 없이 법정 최고 수준인 33만원까지 확대했다. 데이터 요금제 가운데 기본요금이 가장 싼 월 3만원대 '밴드 데이터 299'를 사용하더라도 33만원이 적용된다.
루나는 지난해 9월 출시된 SK텔레콤의 대표적인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이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절반 이하 가격에도 디스플레이, CPU, 카메라, 메모리 등 높은 성능 때문에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서도 스테디셀러로 불렸다. 톱스타 설현을 동원한 대대적 홍보로 중저가폰 열풍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나 출고가는 현재 37만8천이다. 33만원의 공시지원금과 공시지원금 15% 선에서 책정되는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단말기 할부금과 같아진다. 주력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폰'으로 판매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준프리미엄급 갤럭시 A8에 대한 출고가를 종전 59만9천원에서 39만9천원으로 인하했다. 요금제별 공시지원금은 25만~30만원이다. 밴드 데이터 29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실구매가는 14만9천원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KT와 LG유플러스의 아이폰6 지원금·출고가 조정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된다. 최근 일주일 사이 아이폰6로 갈아타는 번호이동 고객들이 속출한 가운데 SK텔레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아이폰6 물량이 경쟁업체들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갤럭시 S시리즈, KT가 아이폰, LG유플러스가 LG G시리즈 판매에 비중을 둔 측면이 있다"며 "똑같이 아이폰6를 앞세워 맞대응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6는 2014년 10월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됐다. 애플이 최신형 보급형 모델 아이폰SE 국내 출시를 앞둔 가운데 출시 시점으로부터 15개월을 넘겼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상 공시지원금 상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이폰6 지원금 인상에 3사 번호이동 '불꽃'
KT는 지난 5일 아이폰6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요금제 구간별로 26만원~60만원까지 확대했다. 16GB 모델보다 비교적 재고가 많은 64GB, 128GB 기종이 대상이다. 종전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지원금 규모다.
기본요금 7만원대의 'LTE 데이터 선택 699' 이상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합쳐 69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출고가가 83만3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구매가는 14만3천원이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6만원대 'LTE 데이터 선택 599' 요금제의 경우 23만5천원이다.
LG유플러스는 출고가를 20만원 인하했다. 최고가 요금제인 기본요금 10만원대 '뉴 음성무한 비디오 데이터 100'을 이용할 경우 실구매가는 34만1천원이다. 중간대 기본요금 '뉴 음성무한 비디오 데이터 59' 사용자는 46만1천원에 구입 가능하다.
한편 아이폰SE는 출고가 40~50만원대 아이폰 보급형 시리즈로 이달 중 국내 출시될 전망이다. 아이폰 최신 모델인 6S 5.5인치 화면에서 4.7인치로 크기를 줄였으나 성능은 동급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구형 모델에 대한 재고정리와 가입자 뺏기를 동시에 추진 중"이라며 "갤럭시 S7, LG G5가 나란히 출시된 상황에서 3사간 번호이동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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