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웨스턴 디지털은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유니스플렌더의 투자 유치가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정됐던 유니스플렌더의 37억8천만 달러의 투자가 철회됨에 따라 웨스턴 디지털 인수로 샌디스크 우회 인수를 노렸던 칭화유니그룹의 전략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두 회사의 주주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느꼈다"고 투자 철회 이유를 밝혔다.
당초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 미국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된 후, 9월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세계 1위 HDD 기업인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38억 달러에 매입,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190억 달러에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샌디스크가 마이크론과 협력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 중인 만큼 샌디스크를 인수하면 우회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이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샌디스크 인수 실패로 이번에는 대만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설 가능성도 진단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반(反)중 성향이 강한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주석이 대만 총통에 당선, 오는 5월 제14대 대만 총통으로 정식 취임해 양안관계의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2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본토투자기업협회 예준정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민진당의 독립 노선과 차이잉원 총통 당선인의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인정 거부 등을 고려할 때 중국에 기반을 둔 사업가로서 양안 관계의 전망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코콤(COCOM) 규제에 반도체를 포함, 사실상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며, "이에 중국이 대만 기업 인수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야당 인물의 대만 총통 당선으로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천200억 위안 규모의 '국가 집적회로(IC) 산업 투자 펀드'를 조성, 오는 2017년까지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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