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국내 벤처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엔젤투자에서는 여전히 공백이 큽니다. 크라우드펀딩이 이 부분을 채울 겁니다.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도 한층 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크의 고훈 대표는 3일 여의도 인크 사무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비상장 중소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난 1월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인크는 시행 첫날을 함께한 5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중 하나다.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의 중소형주·게임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고 대표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초기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얻는 투자자도,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얻는 기업도 소수인 것을 발견했다"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국내 엔젤투자의 양적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신생 벤처 숫자와 벤처투자금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는 창업 후 수년이 지나 성장기에 진입한 벤처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창업 초 이른바 '죽음의 계곡(설립 후 성장기 진입 직전까지 몇 년 간의 분투기간)'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는 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에는 5천억원 이상이었지만 작년에는 1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부진한 상태라는 것이다.
고 대표는 "엔젤투자의 급감은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불확실성이 크고 기업가치 평가 어려운 데다, 성장 지원 관리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벤처가 성장해 상장하거나 M&A 등을 통해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국내 시장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수록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어서 그 대안으로 비상장주식을 발굴해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여서, 비상장기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툴로서 크라우드펀딩의 역할이 의미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다만 "이제 막 시작한 국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업고 일단 시장이 열리긴 했으나,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의 벽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투자자 투자 한도 완화 ▲의무예탁·보호예수 등 증권대행 업무 간소화 ▲유동성 높은 거래시장과 전문투자중개업자 육성 ▲크라우드펀딩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반투자자는 한 기업당 200만원까지, 연간 총 투자액은 500만원이 한도인데요. 예를 들어 크라우드펀딩으로만 7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합시다. 일반투자자들이 50만원씩 투자한다면 주주가 1천400명이나 생기는거죠. 투자한도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봐요."
고 대표는 이어 "의무예탁·보호예수 등 증권대행 업무도 펀딩의 전 과정을 다 거치면 전체 프로세스에 2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이는 크라우드펀딩이 기관투자유치와 비교해 빠른 투자유치를 강점으로 삼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며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받은 기업이 상장기업 수준으로 공시 등 증권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어린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을 고려해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벽 아직도 높아
이밖에도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기업의 주식을 장외주식시장인 K-OTC BB(금융투자협회 운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취지는 좋지만, 올해 1월중 K-OTC BB의 거래액이 1억원도 안될 정도로 유동성이 너무 낮다"며 "거래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비상장기업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외시장 거래도 부진한 것"이라며 "제도권 증권사들은 돈이 안되는 장외기업은 분석을 안하는데,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들에게 온라인투자중개업만 할 수 있고 투자자문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풀어서 비상장기업들의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은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투자성, 대중성, 적합성을 잘 고려해 발행기업을 잘 선별해서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해당기업에 대한 투자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사업 포부를 말했다.
아울러 "발행기업에게는 벤처캐피탈, 투자자문사, 엔젤투자조합 등 전문투자자 네트워크와 연결해주고, 초기 세팅부터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회계·법률 자문 등의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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