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대표직을 사퇴한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제1야당의 대표직에 취임했던 문 대표는 350일 만에 김종인 선대위에게 당권을 넘기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더민주당은 2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체제를 당의 지도체제로 승인한다. 문 대표는 중앙위원회 의결 이후 사퇴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 맡아왔던 인재영입위원장직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에게 넘겼다.
문 대표의 350일 동안 야권은 위기와 반전으로 크게 소용돌이쳤다. 문재인 대표 취임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7.30 재보선, 2015년 4.29 재보선, 10.28 재보선까지 세 번의 재보선에서 연패를 거듭하면서 위기에 빠졌고, 문 대표는 비주류의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문 대표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 승리를 꾀하려 했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현역 국회의원 평가로 하위 20%를 물갈이 하는 혁신 공천안을 결정했지만 비주류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문 대표는 재임 중에 제1야당의 분당 사태를 맞았다.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혁신 전당대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고, 이후 권은희·김관영·김동철·김승남·김영환·김한길·문병호·신학용·유성엽·임내현·장병완·주승용·최원식·황주홍 의원 등 15명이 연이어 탈당해 국민의당이 만들어졌다.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최재천 의원과 박지원 의원, 신당을 위해 선탈당한 천정배·박주선 의원, 새누리당에 합류한 조경태 의원 등 총 20여명이 연쇄적으로 탈당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는 커졌다.
특히 호남을 대표하는 동교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탈당한 것은 상당히 뼈아팠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친노 패권주의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은 안철수 의원과 비주류에 공감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면서 오는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는 인재 영입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비교적 젊고 이념 성향이 중도에 가까운 인사들의 연이은 영입이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백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등 공식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의 영입이었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김 전 의원을 영입해 선대위원장 자리에 맡기면서 4.13 총선의 상징을 경제민주화로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출신으로 중도에 영향력이 큰 박영선 의원도 당 잔류를 선택했다. 당의 중도인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모두 당에 잔류하게 되면서 더민주의 위기는 수습 국면에 들어섰고, 보수 성향의 인사들도 참여해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문 대표가 사퇴하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 의원 탈당 이전의 지지율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문 대표는 이제 무거운 당 대표직을 벗고 한 명의 의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문 대표의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등 총선 패배 시 정계 은퇴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지도부 밖에서 인재 영입 및 총선 승리를 위해 도울 예정이다. 총선에서 야권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는데 성공한다면 문 대표는 야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2017년 대선을 내다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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