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한류를 타고 날아오르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최근 2년 동안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엔터업체들은 과거 일본시장 중심에서 중국으로 무게가 옮겨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사업 구조도 한류스타와 연계된 화장품, 여행 등으로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매출액은 연평균 45.2% 성장했으나,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21.1%로 성장폭이 둔화됐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역시 과거 7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36.1%였던 반면, 최근 2년 동안의 성장률은 9.0%에 그쳤다.
이 같은 성장 둔화에 엔터업체들의 주가도 지난 2013년 이후 박스권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4년 기준 일본 매출 비중이 SM은 54%, YG는 40%에 달하는데 비해 원/엔 환율은 크게 하락하면서 원화 환산 실적이 부진했다"며 "추가적인 아티스트 라인업의 부재, 자회사 적자 등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SM과 YG 대형 2사의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히 성장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한풀 꺾인 기세다.
특히 올해 엔터 기획사 주요 아티스트들의 군입대가 예정돼 있어 리스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SM의 경우 지난해 동방신기 2명과 슈퍼주니어 멤버 5명이 군입대를 했고, YG는 올해 빅뱅의 탑을 시작으로 오는 2017년에는 지드래곤과 태양의 군입대가 예정돼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콘서트 관객 수 기준으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는 SM 내 45%, 빅뱅은 YG 내 80%를 차지하므로 이들이 각 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올해는 중국시장 성과 기대해봐도
관건은 일본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에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중국은 드라마 등을 시작으로 한 한류열풍이 주목 받으면서 국내 엔터업계에 '신 개척지'로 떠올랐지만, 불법 복제, 규제 불확실성, 수익 배분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동부증권 권윤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콘서트, 광고, 방송출연 등 아티스트의 직접 활동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이 중국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연예 기획사가 보유하고 있는 음원 등 무형의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은 극히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음원시장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올 상반기부터는 국내 엔터업계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는 음원서비스 업체들에 불법 음원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으며, QQ뮤직, 바이두뮤직 등 중국 음원서비스 업체들이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음원에 대해 광고 혹은 유료 모델 도입으로 수익화를 시작함에 따라 국내 업체가 받는 정산금액도 커질 것"이라며 "음원 자체에 대한 유료화가 아니더라도 광고모델 채택 등으로 인해 저작권자가 중국에서 음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중국 내 대형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바이두, 텐센트 등과 음원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SM과 YG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터 업체들은 또한 화장품, 여행 등 신사업을 통해서도 중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SM은 여행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고, YG는 화장품 사업 등에 투자중이다.
교보증권 정유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성장에 대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예기획, 매니지먼트 사업의 안정된 성장 속에 화장품·의류·여행 사업 등이 더한다면 현재 수준보다 높은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준비해 왔던 신사업들의 성과가 올해부터는 조금씩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YG '위너''아이콘' vs SM 'SM 루키즈'
올해에는 대형 신인 그룹들의 데뷔와 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
YG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위너와 아이콘 두 남자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켰으며, 이미 수익화 과정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의 이 애널리스트는 "위너는 음반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팬덤 성장이 정체되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 나올 2집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아이콘 역시 데뷔 4개월 만에 일본 아레나 투어를 확정지음으로써 빅뱅이 아레나 투어까지 4년이 걸린 것에 비해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M에서는 엑소의 뒤를 이을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SM 루키즈'의 데뷔가 임박해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국적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인 SM 루키즈에 대한 SM의 기대감은 엑소 이상"이라며 "엑소에게서 중국 시장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SM 루키즈의 경우 계약과 매니지먼트에서 이를 보완해 중국 활동 비중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M은 '미키마우스 클럽', '비정상회담' 등에 일부 멤버들을 출연시키고 있으며, 8월부터 시작된 코엑스 아티움에서의 정기적인 공연은 3천명의 누적 콘서트 관객수를 기록했다.
◆큐브엔터, 일본 시장 및 신인 기대감 커
한편, 비스트가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눈에 띈다.
흥국증권의 최용재 애널리스트는 큐브엔터에 대해 "2016년 일본 법인 설립에 따른 비스트의 일본공연 매출 직접인식, 상반기 걸그룹 CLC 신규앨범 발표, 하반기 신인 보이그룹 데뷔로 인한 가수 라인업 확대 등 전년 대비 늘어난 소속 가수들의 활동을 감안하면 2016년에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큐브엔터의 국가별 매출비중은 국내가 65%, 일본이 17%다. 비스트의 일본활동량 대비 일본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으나, 2016년 하반기부터 일본 하쿠호도미디어와 계약이 끝남에 따라 큐브저팬단독으로 공연을 기획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일본에서 효율적인 콘서트 공연일정 수립이 가능하고, 직접매출 인식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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