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붙는 수식어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종로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민심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는데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 정치적 상징성까지 겸비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종로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혈투가 거듭됐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려는 새누리당과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현재 종로는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지키고 있다. 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이자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무게감 있는 인물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 의원은 쌍용그룹에서 근무하다 1995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했으며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후 19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했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는 "선당후사"를 외치며 4선을 안겨준 전남 무주·진안·장수를 떠나 종로에 출마,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정 의원에 맞서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정인봉 전 의원 등이 도전장을 냈다. 새누리당 내 경선도 본선 만큼 치열할 것임을 예고케 하는 대목이다.
종로에서 태어난 박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디뎠고, 문민정부 시절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인연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16대 총선 당시 종로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했으나 19대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4년의 휴식기를 가진 박 전 의원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표밭갈이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오 전 시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고 2006년 민선 4기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등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다져 나갔으나 2011년 여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무산돼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뒤 정치권을 떠났었다.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는 정계 복귀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 지도부가 오 전 시장에 '험지 출마'를 설득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자신을 설득하러 온 김무성 대표에게 "당의 방침을 따르겠다"면서도 "종로도 험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 전 시장 종로 출마에 힘을 싣기도 했다.
어찌됐든 새누리당은 조만간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 정 전 의원 등 세 명을 상대로 교통정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누구를 다른 지역으로 보낼지 등 구체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내 교통정리가 완료되면 정 의원과 맞붙을 상대도 결정된다. 여야의 종로 쟁탈전은 이 때부터 본격 점화될 전망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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