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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공백 속 발 구르는 예비후보들


"있을 수 없는 일 벌어져" "이 지역이 내 지역인지" "국회에 책임 물어야"

[윤미숙기자]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기면서 선거구 공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자 각 지역에서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도록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라는 결정을 내린 게 지난해 10월이다. 여야는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31일 현재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 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내년 1월 1일 0시를 기해 '선거구 없는 나라'가 된다.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한 예비후보 등록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며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1월 1일 이후에도 선거운동을 허용키로 해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태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무법 사태'에 놓인 예비후보들은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강남을에서 뛰고 있는 원희목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선거구 획정이 안 되니 지역에 대한 정확한 타겟팅이 안 되고 있다"며 "어느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그려지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남은 분구 대상으로 현재 갑, 을 2개 지역구에 더해 병 지역구가 신설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전 의원은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선관위가 선거운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도 "편법으로 선심 쓰는 것 같은 조치"라고 꼬집었다.

같은 지역의 전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어느 동이 분구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선거운동을 해도 이 지역이 내 지역인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라 답답하고 힘들다"며 "오늘이라도 여야가 합의해 꼭 좀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분구 대상인 경기 화성갑에 무소속으로 등록한 홍성규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그야말로 입법 비상사태"라며 "주민들도 황당해한다. 처리해야 할 문제는 처리 못하고 다른 문제로 싸우는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 대상이 아닌 선거구에서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의정보고회 등으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갑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전지명 새누리당 광진갑 당협위원장은 "출마자 전원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고 원내 입장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출마자들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는 것은 매우 비민주주의적인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북을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상근부의장도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안 함으로써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겠지만 정치 신인들에게는 큰 불편을 가져온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 후 14개월 동안 사태를 방치한 국회의 책임은 아무리 물어도 끝이 없다"고 했다.

전북 전주 완산을 출마를 준비하던 장세환 전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당초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면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었으나 획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날 오후로 등록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장 전 의원은 특히 새누리당을 겨냥, "국민의 이익이나 국가 발전은 생각지 않고 당리당략에 치우쳐 '우리가 손해본다'는 식으로 야당 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현역 정치인들이 정치 신인들의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게 참 야속하다. 이래서 정치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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