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제1야당의 핵심 세력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예들이 결국 갈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이 탈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동교동계의 탈당 역시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안철수 의원 측인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 28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나 분당에 대한 이해를 구하면서 신당 지원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권 고문은 지원을 요청하는 안 의원에 "많이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고문은 "1995년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까지 껴안으려고 노력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으며, 안 의원은 "통일 외교 분야를 중심으로 DJ를 따라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권 고문과 정대철 전 대표 등 동교동계 전직 의원 10여명이 내년 초 당을 떠나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내달 15일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가 탈당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권노갑 고문과 단 둘이 만나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도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은 탈당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몸이 반쪽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애도했지만,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은 이들의 갈등은 뿌리깊다.
그 시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별검사법을 수용하면서부터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다음날인 2003년 2월 26일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자민련과 함께 대북송금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켰고, 노 대통령은 이 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특별검사팀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임동원, 신건 전직 국정원장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구속했고, 동교동계는 배신행위라고 반발했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동교동계와 친노계의 사이를 결정적으로 갈랐다.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동교동계 인사들은 정권을 재창출하고도 야당으로 밀리게 됐다. 동교동계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호남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뒤로 밀리면서 그 자리를 영남 친노와 학생운동권 세력이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동교동계와 친노계가 화해하는 듯 했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동교동계는 당의 주도권을 쥔 친노계가 패권주의 모습을 보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은 인사들이 소외됐다고 반발했다.
그 과정에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한광옥 전 대표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이 당을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결국 동교동계와 친노는 지난 대통합민주신당 이후 약 10여년 만에 다시 헤어지게 됐다. 최근 호남 민심이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이반하고 있는 가운데 동교동계의 이탈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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