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은 2015년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28일 KDB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24일 KDB대우증권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향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할 경우 자기자본 7조8천687억원의 국내 최대 '메가 증권사'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이 강조한 것은 '큰 그림'과 '꿈'이었다. 단순히 실적이나 자본금 등의 숫자를 갖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에셋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에 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안 나오느냐는 얘기를 듣는데, 삼성전자 같은 금융사를 만들려면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하면 안 됩니다. 리더 그룹이 불가능한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상상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박 회장은 "이번 미래에셋의 결정은 규모 경영을 이루고 한국 경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라며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합병을 통해 한국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 합병으로 한국 제1의 증권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숫자로는 알겠지만 잘 상상이 안될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슴으로 이게 역사적인 딜(계약)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쌓은 투자전문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역량을 결합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다.
자산운용에 특화된 미래에셋증권과 브로커리지(매매중개)·IB 중심의 대우증권의 시너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에 인수됐을 때 1더하기 1이 3을 넘어갈 수 있는 조직"이라며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IB·트레이딩에 강한 대우증권은 대단히 '케미(화학적 조화)'가 잘 맞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그룹은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 1등 경쟁력, 자산운용사의 운용 능력, 증권사의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나, IB와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분야는 약점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미래에셋이 약한 부분이 대우증권과의 결합으로 상당히 보완될 것이기 때문에 환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일사분란한 군대식 기업을 좋아하지만, 기업 안에서는 다양한 컬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대우증권의 가치는 미래에셋이 상당히 지불해도 될 정도로 높다고 본다"며 "미래에셋이 제시한 인수가격보다 더 많이 지불할 의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해도 인력 구조조정 안할 것"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과의 합병 이후에도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 노조와도 잘 협조하겠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며 "한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대우증권 직원들이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삶을 안저적으로 살 수 있도록 리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은행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증권사 점포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있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시 예탁자산은 210조원, 자기자본 8조원 정도가 된다. 점포 수는 단순 합산시 170여개 수준이다.
그는 "자산규모가 300조원이 넘어가는 은행들을 보면 신행은행 점포가 890여개, 국민은행이 1천100여개 정도"라며 "통합 미래에셋증권 역시 자산규모를 보면 점포가 300개를 넘어도 충분히 자기자본 내에서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은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통합 후 사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선호한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그는 "대우증권이 갖고 있는 한국 증권사의 역사성을 고려하면 대우증권 이름을 남겨서 가져가는 게 좋다고 보는데, 대우증권 임원들과 일단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며 "과거를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한편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미래에셋은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추진하다 지난 8월 포기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은행의 대주주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며 "독특한 분야라면 하겠지만 일반적인 상업은행 업무는 시장이 정체돼 있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때로는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도전을 계속해왔다"며 "앞으로도 미래에셋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퍼머넌트 이노베이터(영원한 혁신자)'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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