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제과업체 롯데의 일본 증시 상장을 검토한다.
또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 지분을 공개매수하기로 결정, 형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 측에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은 이를 통해 한일 롯데 '원톱' 경영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며 그룹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쇼핑 상장 등을 통해 한국 롯데를 키워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롯데 외형 성장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 회사인 롯데호텔을 내년 상반기 중 한국 증시에 상장시킨 다음 일본 롯데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는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와는 별개 회사로, 지난 1948년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설립한 일본 제과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천266억 엔(1조2천146억 원)을 기록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를 상장하려는 이유는) 시장의 엄격한 눈에 노출되는 것이 기업 체질 강화와 지배구조 확립에 플러스가 된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을 발전시키는 관점에서 시장의 비판을 받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내년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1명 증원할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8월 주총 때 사외이사 1명을 새롭게 선임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 같이 나선 이유에 대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또 오너일가의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지게 되면서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자 투명한 경영체제 확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국내에는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된 상태다. 또 롯데는 지난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실패로 면세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여기에 일본 롯데는 '원톱' 경영을 내세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 롯데제과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롯데는 9일 롯데제과 주식 11만2천775주(지분 7.93%)를 주당 230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일본 롯데는 지난 4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한국롯데제과 지분 2.1%를 매수한 바 있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제과 지분 중 최대 10%까지 확보하게 된다.
롯데제과는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이어지는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한국 롯데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3년 8월부터 1년여간 롯데제과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됐다.
현재 롯데제과 지분은 롯데알미늄이 15.29%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오너일가 중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78%로 2대 주주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6.8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여간 추가 매입한 주식(0.5%)을 포함해 현재 주식 5만6천237주(3.96%)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번 일본 롯데가 추가로 공개 매입하는 지분과 롯데알미늄 지분 등을 포함하면 34%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은 신 총괄회장 지분(6.83%)을 합하면 약 10% 정도다. 일각에서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지분(2.52%)와 롯데장학재단(8.69%)까지 합쳐 22%가 신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일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사이의 지분 다툼에서 모기업으로 볼 수 있는 일본 롯데가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롯데'를 내세운 롯데가 양국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이어 일본 롯데 상장 계획을 밝힌 것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한국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적은 일본 사업을 더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며 "일본 롯데가 공개매수를 통해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 취득함으로써 제과분야에서의 양사간 협력강화를 바탕으로 사업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롯데는 지난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후 크고 작은 M&A(인수 합병)를 통해 재계 5위까지 올랐다. 신 회장이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을 취임할 당시인 2004년에는 그룹 매출이 23조 원이었으나 지난 2013년에는 83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일본의 11배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식품과 외식사업 위주인 일본 롯데에 비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에 나선 후로 호텔·유통·화학·건설 등 종합기업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며 "신 회장이 일본 롯데를 상장하며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 롯데처럼 사업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그는 "신 회장이 1980년대 일본 노무라 증권 런던 지점에서 일하며 국제적인 금융 감각을 익힌 만큼 제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상장과 외부 투자 등을 통해 기업을 키워나가는 것에 능통하다"며 "일본 롯데 상장이 일본 사업을 키워가는 '첫 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