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부가 당초 5일로 예정됐던 국정 교과서 확정고시 발표를 3일로 앞당기면서 여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흐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 후 교과서 이슈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력 투쟁에 나설 야권을 국정 발목잡기 정당으로 압박하기 위함이다.
반면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검토도 없이 확정고시를 발표하는 것은 밀어붙이기를 위함이라는 비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확정고시 발표 소식에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3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도 전면 연기하고, 이날 예정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합의 연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이번 주 장외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이후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할 수도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대다수 의원들이 오늘 국회는 정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니 내일 또 그 이후에도 우리가 불가피하게 정지해야 한다는 말씀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의원총회와 이후 지도부회의를 통해 이후 대응책을 결정할 방침이어서 국회 일정의 전면 중단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여론 추세 국정화 반대>찬성, 野 강경투쟁 여론에 관심
이처럼 정부의 국정 교과서 확정고시 이후 여야의 전면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여론의 움직임은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민들은 야권의 장외투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대선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전면 장외투쟁에 돌입했을 당시에도 여론은 야권에 비판적이었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투쟁에 돌입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여론은 다소 여권에 불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지난 10월 13~15일 조사에서는 찬반이 42% 동률로 나타났지만, 본격적인 이슈화 이후인 20~22일 조사에서는 찬성이 6%포인트 줄고 반대가 5%포인트 늘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동안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36%가 '찬성', 49%가 '반대'해 차이가 13%에 달했다. 16%는 입장을 유보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에도 반대만 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표본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것으로 응답률은 19%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보수 결집으로 찬성 여론이 다소 높아졌다는 조사도 있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일 전국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50%, 찬성이 44.8%로 격차가 5.2%포인트 차이로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시정연설 전, 같은 방식의 26일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51.1%, 찬성이 40.4%로 반대가 11%포인트 높았던 것에 비해 찬성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2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추출한 표본을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것으로 응답률이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였다.
그러나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정화 반대 여론은 찬성 여론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미 지난 몇주 간 국정 교과서 문제가 국정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적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정부의 확정고시 이후 야권의 강경 투쟁에 국민이 호응한다면 교과서 정국은 여권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반면 기존처럼 야권의 장외투쟁에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총선을 앞둔 야권은 국회 파행을 장기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절정에 달한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정치권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국민 여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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