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일본 기업들의 경영자들과 만나보면 최근 몇달 사이에 경영진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익률, 주주환원정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입니다."
일본 스팍스자산운용은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되면서 일본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지만 일본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스팍스운용의 아키야마 후미히토 펀드매니저는 "성장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라고 보고 있지만, 구조조정 작업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목하고 싶은 것은 '아베 정권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라는 부분인데, 아베 정권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힘의 원천이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아키야마 매니저는 "지난 1989년부터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강타로 크게 위축돼왔으나, 2012년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개인과 기업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1990년대 이후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허덕이고 있었으나 2008년 이후 GDP 성장률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아키야마 매니저는 "슈퍼디플레이션의 '제로 성장시대'가 끝나고 일본 경제가 이제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섰다"고 판단했다.
일본 기업들도 버블시대의 부채처리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지난 1995년에 일본 기업의 부채는 565조엔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2005년까지 부채를 줄여오면서 최근 338조엔까지 낮아졌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재무제표의 조정이 끝나고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의 현금 예금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86조엔에서 241조엔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아베노믹스의 초점도 이 같은 기업들의 잠자는 현금을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아키야마 매니저는 보고 있다.
그는 "디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에 성공했는데 이는 조금만 이익이 나더라도 이익률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기업들의 이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엔고 현상에서 수익률을 올리는 노력을 해왔는데 엔저 상태에서 수익이 더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상장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 2012년에서 2013년까지 67% 급증했으며, 이후 2014년에는 6% 늘었다. 올해에는 23%, 내년에는 6% 증가가 예상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증시, 아직 고평가 아냐"
지난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증시는 급등했으며 이에 따라 고평가 논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키야마 매니저는 "일본 증시는 그동안 지나치게 저평가됐던 것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엔저(低)만이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는 "환율에 민감한 IT와 자동차 업종을 보면 일본 증시에서 두 업종의 상승률은 전체 업종 중 중간 수준에 불과했다"며 "환율 민감도가 높은 업종만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폭넓은 업종에 걸쳐 상승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팍스운용은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들의 경영태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운용사의 시미즈 유 펀드매니저는 "일본은 정부 부채는 많은 데, 개인 금융자산과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현금이 많다"며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 중에서 기업의 경영자세를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할애하면서 자본시장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해서 경영 체계를 바꿔달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요구라고 시미즈 매니저는 전했다.
그는 "자본효율 개선, 사외이상 영입 등 주주 중시 정책도 강화하는 것을 권장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거래처만 보면서 경영을 해왔으나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미즈 매니저는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과 엔저현상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이 같은 기업들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며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스팍스자산운용은 지난 1989년 설립된 일본 대표 독립운용사로 1조엔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한국 코스모자산운용을 인수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코스모자산운용은 올해 초 스팍스자산운용 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