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유료 음원 스트리밍 업계가 정체된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서비스 재무장에 나섰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겨냥해 정액요금 콘텐츠의 퀄리티를 극대화하고 기본료 100원에 곡당 10원의 '알뜰형' 요금제를 내놓는 등 시장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멜론, 지니, 엠넷, 벅스 등 유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서비스 개편에 나서고 있다.
유료 음원 스트리밍은 최근 이용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무료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서비스별로 새로운 요금제 출시, 콘텐츠 개편 등 을 통해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
◆KT뮤직, '알뜰형' 요금제로 무료 음원 '정조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년 넘게 월정액 요금제의 음원 스트리밍 이용료를 탈피한 '후불형' 요금제라고 할 수 있다.
KT뮤직은 이날 서울 KT 광화문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후불형 음악감상 요금제 '지니 알뜰음악감상'과 고객의 하루 일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음악 서비스 '지니 라이프'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니 알뜰음악감상은 월 기본료 100원에 곡당 1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후불형 요금제의 등장은 음원 스트리밍 이용량이 많지 않아 유료 결제를 하지 않는 이용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KT뮤직은 이들을 잠재적 신규 고객으로 삼았다. 대부분 삼성 밀크뮤직, 비트패킹컴퍼니 비트 등 주로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김성욱 KT 뮤직 대표는 "국내 유료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 수는 약 600만~700만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들을 제외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3천만~4천만명중 유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T뮤직도 이들을 단시간내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아무리 저렴한 요금제라 할지라도 유료결제에 부담을 느껴 무료 음원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을 유혹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KT뮤직 장준영 사업본부장은 "소리바다가 유료로 전환됐을 당시 전환률이 2%도 채 안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유료 음원 시장이 정착했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월정액 이용자들과 '알뜰형'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용자 층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료 음원 업계, 정체된 시장에 불 지핀다
유료 음원 스트리밍 업계 1위인 멜론을 월정액으로 서비스중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의 질을 높여 가입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빅데이터 기반 오픈형 플랫폼을 내놓은 이후 아티스트와 팬들을 이어주는 등 친밀도를 높여 음원 콘텐츠 소비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캐릭터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단순히 음원 매출 뿐만 아니라 음원 콘텐츠 전반에 걸쳐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음원 판매와 더불어 '소통'의 공간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전했다.
3위 그룹인 벅스와 엠넷도 마찬가지로 유료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통해 무료와의 차별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두 서비스는 최근 개편을 위한 업데이트를 단행한 바 있다.
벅스는 다음카카오와 함께 공동으로 서비스하는 카카오뮤직을 통해 소셜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엠넷은 '쇼미더머니', '엠카운트다운', '슈퍼스타K' 등 인기 음악프로그램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유료vs무료 음원 스트리밍 경쟁 당분간 계속"
업계에서는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3천500억원~4천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음반시장의 약 75~80% 수준이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규 유료 가입자 수 유치도 예전만 못하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 그동안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았던 수요를 대상으로 이용자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유료와 무료 모두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무료서비스가 유료서비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 음원이 시장 초기부터 보편화됐던 해외와 달리 국내는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던 분위기 속에서 출발해 현재의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면서 "무료 음원 서비스가 자칫 콘텐츠 소비에 대한 가치관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뮤직, 구글뮤직과 같은 해외 서비스들의 국내 진출도 관심 대상이다. 다만 저작권 관리 체계, 요금 체계 등이 해외와 국내는 상이하기 때문에 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들도 국내에 특화된 서비스를 갖추지 않으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지 않은채 시간이 흘렀다"며 "KT뮤직처럼 후불제든 선불제든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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