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비식별화' 처리를 한 개인정보는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된 비식별화 정보는 유통을 허용하자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가 미래 산업을 막고 있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미 수집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처리하는 것이 현행법상 금지돼 있어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중대한 제약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미국과 영국의 경우 비식별화 범위를 개인의 식별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지속적인 재식별 방지 등 사후관리를 강조하는 입장까지 와 있어 입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비식별화 정보 활용 입법화 추진
정부와 여당은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날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 동안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주로 개인정보 관련 법률 개정 시도가 있어 왔다. 제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은 비식별화된 정보를 이용자 동의없이 활용하고 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에 비식별화된 정보가 처리과정에서 식별정보로 바뀌게 될 경우 지체없이 폐기하되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강 의원 역시 앞선 3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법안 심사중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달 안에 '빅데이터 산업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검토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입법화 시도가 이어지고 이유는 현행 법령에서는 비식별화 처리를 한 개인정보라도 통계분석, 학술 목적 등에 한해서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범위를 넘어 활용하려면 모든 개인으로부터 일일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안전장치' 추진에 '재식별화 우려'도 여전
하지만 시민단체 등 비식별화 조치를 반대하는 진영은 여전히 재식별화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비식별한 정보도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다시 가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 비식별화 조치를 요구하는 쪽은 입법화를 통해 오히려 현재 '공백 상태'인 개인정보보호 의무 환경이 안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 의원은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빅데이터 사업 추진 시 법적 위험을 예측하기 어려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빅데이터의 성공적인 활용은 개인정보침해에 대한 대책이 얼마나 잘 수립돼 있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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