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자동통행료징수시스템(ETCS) 구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까지 나섰다.
논란의 초점은 "도로공사가 특정 업체를 불공정하게 봐줬느냐"는 점. 감사원 감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까지 나서도록 이미 문제가 불거졌고, 감사원에 진정서를 낸 기업도 이 부분을 강조했기 때문.
늦어도 이번 주에는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현장 실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더 주목된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이번 입찰 또한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봐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논란은 해묵은 배경을 갖고 있다. ETCS 기술 방식을 놓고 도로공사와 정보통신부가 갈등하던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로공사는 1990년대 중반 판교 톨게이트 등 3곳에 ETCS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이른바 수동형 단거리통신(DSRC)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주파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정통부의 주파수 관리 정책과도 맞지 않았다. 정통부는 ETCS같은, 이른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사업을 위해 5.8GHz대의 40MHz 대역을 배정해놓고 있다. 이중 20MHz대역은 공공용, 나머지 20MHz 대역은 사업자용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수동형 DSRC 방식의 ETCS는 30MHz의 주파수를 점유한다. 이 때문에 정통부는 10MHz 대역의 주파수만 사용하고도 기술적으로 ETCS를 가능하게 하는 능동형 DSRC 방식을 채택토록 강권하게 된다.
정통부는 특히 향후 국가 ITS 사업의 기술 표준으로 능동형 DSRC 방식을 선정하고 도로공사 쪽에 이를 채택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유한다.
문제는 당시 능동형 DSRC 시스템이 상용화가 안됐다는 점. 속히 사업을 확산시켜야 하는 도로공사 측으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는 수동과 능동을 당분간 병행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한다.
정통부가 1년의 유예기간을 준 뒤 그때까지 능동형 DSRC 방식의 새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기존 주파수를 회수한다는 강경책을 쓴 것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당연히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로서는 ETCS 사업의 발목을 잡는 정통부의 간섭을 벗어날 방법을 고민해볼 만하다.
이때 나온 게 능동형 적외선(IR) 통신 방식. 이 방식의 경우 RF, 즉 주파수를 매체로 통신하는 게 아니라 빛, 즉 적외선을 매체로 통신하기 때문에 정통부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도로공사에겐 희소식일 게 분명하다.
더구나 DSRC는 아직 상용화가 안돼 가격이 비싼 측면이 있는 반면, IR은 외국에서 이미 상용화한 사례가 있어 가격도 저렴한 측면이 없잖다. 도로공사로서는 수년간 쌓인 체증이 말끔히 내려갈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DSRC 방식의 3개 컨소시엄은 도로공사가 IR 방식의 2개 컨소시엄을 우호적으로 봐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중 한 컨소시엄은 그 정황 증거를 감사원 등에 제출하며 진정서까지 낸 것.
게다가 IR 방식의 한 컨소시엄 관계자가 DSRC 방식의 한 컨소시엄 테스트 장비를 차로 들이받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가해자인 IR 컨소시엄은 테스트를 다 하고, 피해자 측인 DSRC 컨소시엄은 테스트도 못하게 됐다.
그러니, 당한 업체로서는 충분히 그런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하겠다.
특히 DSRC는 국산 표준기술이고, IR은 외국 기술인 만큼 국내 산업 육성이란 명목의 곁가지까지 가세해 더 '논란거리'가 될만하다. 정부 공공기관이 국산을 외면하고 외산 편을 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
어찌됐건, 그동안 벌였던 논란의 공은 감사원에 넘겨진 상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감사원의 추상같은 감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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