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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SK 합병 반대…삼성에 불똥 튀나


ISS 찬성 의견 불구 반대표, 삼성 변수 '촉각'

[박영례, 이영은기자] 국민연금이 SK와 SK C&C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내달로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최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대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국민연금의 표심은 일반 기관투자자와 함께 이번 합병 성패를 가늠할 캐스팅보트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이번 SK 합병과 관련,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의 찬성의견에도 반대표를 던진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

내달로 예정된 삼성물산 합병에도 국민연금이 ISS 의견과 무관하게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다만 삼성과 SK 합병 건은 상황이 달라 국민연금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24일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위원장 김성민 한양대 교수)는 SK C&C와 SK(주) 합병 등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반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문위는 SK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자사주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주)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반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SK C&C는 지난 4월 SK(주)의 흡수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 합병비율은 SK C&C 1주당 SK 0.73주다. 오는 26일 주총을 열고 이같은 합병안 승인 및 일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합병안에 국민연금 측이 예상을 깨고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돌발 변수로 등장한 셈. 자칫하면 내달로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복병 되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대를 보유한 사실상의 최대 주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현재 삼성물산 3대 주주로 떠오른 엘리엇 측이 합병 비율 등을 문제삼고 있어 내달 17일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양측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엘리엇 측의 삼성물산 지분은 7.12%에 달한다. 엘리엇 측 주장에 삼성물산 소액주주나 외국계 펀드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와 달리 삼성 측 우호 지분은 삼성SDI 7.18%를 포함, 13.8%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을 약 6% 가까이 끌어올렸지만 이를 포함해도 채 2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이번 주총에서 만만찮은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분 10%대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쪽 편을 들지가 이번 합병의 성패를 결정 할 캐스팅보트가 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당초 이같은 표심에는 이르면 내달 2일로 예상되는 ISS의 의견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엘리엇 측과 삼성물산 측이 각각 자사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주요 경영진이 나서 합병 당위성을 설명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

그러나 국민연금이 ISS의 찬성 의견에도 SK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양상이다. 삼성 측으로서는 이번 국민연금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SK 측도 이번 국민연금 결정에 당황하는 눈치다. 다만 오너 일가 등 우호지분이 많아 합병 성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ISS나 지배구조연구소에서도 이미 다 찬성한 부분인데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합병을 반대해 당혹스럽다"면서도 "국민연금 반대로 합병 부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반대입장을 겸허히 수용하고, 합병 이후에도 주요 주주로 남기 때문에 잘 설명하고 지적받은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서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K는 합병 주체인 SK C&C의 경우 최태원 회장(32.9%)과 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10.5%)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3.4%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합병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 국민연금의 SK C&C 지분율은 6% 선에 그친다.

◆SK와 상황 달라, 명분·실리 확보 어려워

삼성 측도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을 주시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SK 사례와 같이 삼성측의 합병을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과 같은 입장을 보이기는 공적 기금으로서 명분 등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인 동시에 제일모직 주주여서 이번 합병 비율 산정 등에서 엘리엇측과 분명한 입장차가 있다. 국민연금측이 따로 공시를 하지 않아 제일모직에 대한 구체적인 지분율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업계는 5%대로 추산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1대 0.35라는 점과 제일모직 주가 등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보유 지분은 달라도 지분 가치는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합병 비율 등을 문제 삼기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현재 합병비율을 국민연금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합병비율 재산정에 따른 실익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 삼성측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동조할 경우 합병 성사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국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 등 경영권 분쟁 요인으로 주가가 단기에는 상승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영업가치 개선 없이 어렵다"며 "장기적인 기업가치만 본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찬성할 경우 삼성측 우호지분이 41.2%까지 늘어 (합병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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