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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인터넷은행 어디로? ICT·증권가 각축 전망


7월 금융위 가이드라인 나와야 보다 구체화될 듯

[이혜경기자] 1호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는 누구의 품에 안길까.

지난 18일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이 발표된 가운데, 그간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던 관련업계가 도전 채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은행보다는 ICT기업과 2금융권의 참여를 우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 분야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은행의 경우, 그동안 다수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굳이 1~2호 인가를 금융당국이 은행에 내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은행은 지금도 사업부 형태로 바로 이 사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행내 사업부 형태로 '위비뱅크'라는 브랜드의 모바일은행을 출범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기업은행, 신한금융, KB금융, 그리고 부산은행이 속한 BNK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CT업계 도전자는 누구?

ICT기업 중에서는 다음카카오를 필두로, KG이니시스와 엔씨소프트 연합, 인터파크 등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비치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네이버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놔 후보군에서 이탈했다.

이미 뱅크월렛카카오(송금), 카카오페이(결제) 등의 핀테크 서비스를 도입한 다음카카오는 추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전날 금융위 발표 후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회사 측은 "금융서비스는 다음카카오가 지향해야 하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다음카카오도 모바일 전문성이 있는 만큼 고객에게 뭔가 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도 도전장을 던진다는 방침이다. 참여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분위기를 살펴보는 단계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오는 7월에 금융위가 내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참여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인터파크가 전자상거래 및 소셜커머스 업체 등과 힘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제대행업계에서는 KG이니시스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게임업계의 강자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결제 및 인터넷전문은행 등 여러 핀테크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관련해 KG이니시스가 발행한 4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공동사업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투자자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발을 담글 전망이다.

KG이니시스의 상언규 마케팅 담당 상무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금융권 등 여러 업체들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할 계획"이라며 "다음주 중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와 관련한 자세한 입장을 담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심도 높아…업계 공동 컨소시엄 나올지 주목

제2금융권 가운데서는 특히 증권사들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해외 사례에서도 미국의 경우 온라인증권사인 찰스슈왑이 설립한 찰스슈왑뱅크가 성공리에 운영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다이와증권 계열사인 다이와뱅크가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다수의 증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융위 발표 내용이 증권 쪽에 우호적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증권 단독으로 할지 다른 업계와 함께 할지는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움증권도 비슷한 반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날 금융위 발표 내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내 분위기"라며 "아직 설립을 어떻게 할지 방안을 확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개별 증권사가 독자 설립하거나, 증권업계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득실을 계산하며 물밑에서 고민이 한창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앞서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등 8개 증권사와 함께 인터넷은행 TF를 운영한 일이 있다.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 도입시 증권업계에 필요한 정책 등에 대한 조언을 하기 위한 일종의 스터디그룹으로 운영됐다.

이 모임에서 증권사 관계자들이 '증권사 공동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은행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논의를 한 적이 있긴 하나, 구체화된 내용은 없었고 그야말로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다뤄졌었다고 한다.

이 TF에 참여한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업계 컨소시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독자적인 설립을 원하는 증권사도 있었다"며 "증권사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금투협에서 컨소시엄을 주도해 진행할 사안은 아니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월말부터 사내에 인터넷은행 TF를 두고 사업성을 타진해왔던 온라인증권사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만일 증권업계에서 증권사 공동 컨소시엄을 하게 된다면 함께 해볼 의향이 있다"며 "일단 금융위가 1차로 1~2곳만 선정할 때는 현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산업자본이 4%까지만 허용되는 만큼 다수의 증권사들이 모이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2금융권에서는 이밖에도 OK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다수의 기업들은 다음달 초에 금융위원회가 내놓을 인터넷은행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도전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수의 증권사 오너십이 산업자본인 곳이 많고, 인터넷기업들도 산업자본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산업자본의 비중을 기존 4%에서 50%까지로 풀겠다는 금융위 방침은 파격적이지만, 실제로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치가 달라질 수도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합종연횡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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