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되살아나는 '인가제' 공방전, 이번엔 '결합상품'


국회서도 살아난 결합상품에 인가제 존치 주장 목소리

[강호성기자] 이동통신 시장에 요금인가제 공방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인가제 공방전이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지배적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약탈적으로 가격을 내려 시장을 흔들지 못하도록 요금 변경시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도록한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20여 년 만에 SK텔레콤에 부과한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인가제를 연내 없애기로 하고 보름동안 신고를 유보하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15일 "SK텔레콤과 관련, 이동통신에 한정된 요금인가제에 사라질 예정인 가운데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제 유지 주장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면서 "요금인가제 폐지를 준비중인 정부도 업계의 주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합 인가제' 신설해야 지배력전이 막아"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은 SK텔레콤의 경쟁 이동통신사들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KT나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이동통신 시장의 절대적 강자인 SK텔레콤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기전 지배력전이(이동통신의 파워가 IPTV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작용하는 것)를 막을 수 있는 사전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요금인가제를 먼저 폐지한다면 결합상품에 대해서라도 인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고 있지만 정부가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제도 정비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결합상품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나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CJ헬로비전이나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계에서도 결합상품 인가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직접 보유한 통신사와 달리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알뜰폰(MVNO) 형태로 일부 결합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결합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방송 진영에서는 방송은 결합상품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결합 지배력? 이용자 편익"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선 결합상품에서도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경쟁사들의 결합상품 시장의 인가제 신설 주장에 SK텔레콤 측은 난감해 하고 있다.

경쟁활성화를 취지로 정부가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다시 결합상품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년이 넘도록 유지한 인가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경쟁을 위해 요금을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요금인하로 소비자의 혜택이 가장 큰 결합상품 시장에 인가제를 신설하자는 것은 가계부담을 내리지 말자는 얘기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진영의 주장은 SK텔레콤 이동통신의 지배력을 사이에 둔 공방전.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 결합상품 할인 방식에 대한 입장 차도 현저하게 나타난다.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와 IPTV,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을 서비스할 때 할인할 수 있는 범위는 최대 결합상품의 30% 까지. 각각의 서비스 할인폭을 30%로 할지, 총 금액의 30%를 할인하면 될지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공짜' 상품이 판을 칠 여지가 생긴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통신사들은 이동통신에 대해서는 제 값을 받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방송서비스를 공짜나 다름없이 제공하는 마케팅이 가능한 것. 반면 케이블TV 업체들은 주력 서비스인 방송이 공짜 서비스경쟁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미디어 업계 전문가는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방송서비스가 공짜와 같은 요금할인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통신과 방송 진영이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저히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서도 '인가제' 두고 기싸움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현행 인가제에 결합상품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규제법률개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또다른 논쟁의 불씨를 던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남원·순창)은 지난 14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인가대상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판매를 할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연내 인가제 폐지의 구체적 논의를 마치고 내년 시행을 준비중인 가운데 현행 인가제에 결합상품을 포함하는 강력한 법안이 등장한 셈이다.

지난 9일 미래부가 개최한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에서도 SK텔레콤과 반 SK텔레콤 진영의 결합상품 인가제 공방전이 불꽃을 튀긴 바 있다.

여기에다 오는 19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이 결합상품 주제 토론회를 열며 인가제 도입 찬반 논란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방통위가 고시 개정안을 준비중인 등 결합상품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업계의 기세싸움이 한층 가열될 것임을 시사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되살아나는 '인가제' 공방전, 이번엔 '결합상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