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하고 빠르게' 핀테크 한류 일상을 바꾸다


[창간 15주년 특별 기획]I-2 생활을 바꾸는 핀테크 A~Z

[이혜경, 허준기자] 스마트폰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 직장인 A씨. 황급히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타는 그가 스마트폰을 지하철역 개찰구 카드 인식기에 갖다댄다. 그러자 자동으로 지하철 요금이 결제된다. 예전에는 버스카드나 신용카드를 따로 꺼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된다. 스마트폰에 결제 유심(USIM)을 장착하고 모바일 티머니 사이트에서 금액을 충전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회사 근처에 도착한 A씨는 커피전문점에 들른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대 앞에선 그가 스마트폰 홈버튼에 엄지 손가락을 댄 상태로 폰을 카드결제 단말기에 가져간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결제시스템을 카드 결제단말기가 자동 인식해 바로 결제된다. 홈버튼 지문인식으로 본인 인증이 돼 따로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니 한결 편하다(삼성페이 방식).

'집에 생수도 없고 세제도 떨어졌는데 마트 들를 시간이 없네.'

출근 후 업무에 정신 없던 A씨.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일찍 마치고 남은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쇼핑몰에 들어가 장을 본다. 결제할 때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서 스마트폰에 갖다 대니 바로 결제 완료다. "할 때마다 재미있단 말야."

전에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하고 카드번호 입력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는데, 스마트폰을 카드 결제 단말기로 쓰는 간편결제를 하면 플라스틱 카드를 스마트폰 뒤에 잠깐 대기만 된다(BC카드의 탭사인 간편결제).

오늘은 월급날이다. A씨는 올 여름 휴가 때는 친구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매달 월급날이면 10만원씩 공동계좌로 송금해 여행자금을 모은다. A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를 띄웠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총무를 맡은 친구를 터치하고 송금할 금액을 입력하니 충전해둔 전자지갑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며 즉시 송금이 끝난다. 예전에는 은행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휴대폰 문자로 추가 인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총무의 은행계좌번호도 따로 입력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참 편해졌다.

오후에 중국인 친구 B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출장이 잡혀서 한국에 왔다는 소식이다. 오랜만에 만난 B와 얘기를 나누며 면세점에 들렀다. B는 면세점에서 마음에 든 물건을 고른 후 계산대 앞에서 알리페이 앱을 실행시킨 스마트폰을 내민다. B는 중국에서 충전해온 알리페이로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남은 알리페이 충전액을 다시 쓸 수 있어서 좋아." B는 한국에서도 알리페이를 쓰게 되면서 예전에 비해 원화 현금 쓸 일이 줄었다며 원화 환전도 전보다 적게 한단다.

B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A씨. P2P(개인 간) 대출 사이트에 접속한다. 며칠째 전세금 마련에 고민에 빠져 있는 A씨에게 직장동료가 "P2P 대출을 알아보라"며 몇 군데 추천을 해준 터였다. 실은 얼마 전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금을 3천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해서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대출을 알아보니 아직 사회 나온 지 몇 년 안된 A씨의 신용으로는 은행에서 3천만원까지 대출을 받기 어렵다. 2년 정도 아끼고 저축하면 3천만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는데, 이런 내 성실함을 몰라주는 은행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연 30% 가까운 높은 이자를 물리는 대부업체를 찾아갈 수도 없고 그야말로 큰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P2P 대출사이트를 살펴 보니 희망이 보인다. 금리가 연 8%라니! "이 정도면 양호한 게 아니라 훌륭한데!" A씨는 P2P 대출 사이트 중 한 곳을 골라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직장 재직증명서 사본도 등록했다. 1주일 만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P2P 대출의 도움으로 전세계약금을 올려준 후, A씨는 앞으로 계획적으로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재정상태를 확실히 확인하고 향후 펀드나 예금에 어떤 비율로 투자해야 할지 결정하고 싶다.

A씨는 자산관리 조언을 받기 위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핀테크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수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긴 VIP 고객들이나 프라이빗 뱅커(PB)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회사는 A씨 같은 1천만원 남짓한 소액 자산 고객도 친절히 맞아준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내 투자 취향까지 고려해 자동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준다. 몸값 비싼 PB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을 돌리는 방식이어서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 핀테크, 복잡하고 비싼 금융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가상인물인 A씨는 핀테크가 활성화된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폰 하나면 따로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고도 충분히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복잡한 결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재의 전자상거래와 비교해 간편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손쉽게 쇼핑을 하고 대출이나 환전, 자산관리 등 일상의 금융생활도 확 달라진다. 그동안의 금융은 복잡하거나 기간이 오래 걸렸고, 또 수수료가 높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핀테크를 통하면 금융서비스가 단순해지고, 짧아지고, 수수료도 낮아지는 변화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기존 '스마트금융'이 단순히 인터넷과 모바일로 송금하고 결제하는 등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방법상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핀테크는 전과는 다른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핀테크는 모바일 혁명에 힘입어 빅데이터, 위치인증, 생체인증, 클라우드 등 다양한 ICT 기술이 융합해 과거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이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소외됐던 이들이 핀테크 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고객으로 포용된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금융 영역 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기존 금융체제에서 소외됐던 다수의 소액·저신용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는 단순히 우리에게 편리한 금융을 열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금융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며 "자산관리나 대출 분야의 발전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까지 국내 핀테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핀테크 활성화의 기반인 금융관련 법규가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핀테크 영역 중에서도 간편결제와 송금 정도만 가시화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도 대부분 국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제휴된 가맹점도 적은 편이다. 상용서비스도 많지 않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출시 대기중인 서비스들이 꽤 된다. 이미 출시된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BC카드의 탭사인,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뱅크월렛카카오에 이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SK플래닛의 시럽페이 등이 상반기 중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시작이 반이다. 결제, 송금 등 생활 밀착형 분야에서부터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핀테크라는 단어도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대출이나 자산관리 등 더 심화된 분야에서도 핀테크는 우리 일상에 편리함을 더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소외됐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되는 핀테크의 긍정적인 효과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훈훈함도 높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혜경 기자 jjoony@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