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일까? 아니면 지구가 생성한 순간부터일까? 어쩌면 그 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주는 언제 탄생했을까? 우주의 탄생이 언제인가는 천문학계의 큰 논쟁거리이지만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100억~150억 년 전 대폭발인 빅뱅(Big Bang)에 의해 탄생했다는데 동의하고 있으며, 2009년 2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좀 더 정확하게 우주의 나이를 137억년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허블의 법칙'이라고 하는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거리로 추정하는 방법, 우주에서 가장 오래 된 별의 나이로 추정하는 방법,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도 우주의 나이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천문학자들 사이에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가 140억년 안팎이라고 비슷하게 추정하고 있으며 창세(創世, 처음으로 세계를 만듦)의 순간이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6천만년 쯤 된다고 한다.
◆ 고대 인류가 시간 기록하는 법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처음에는 비교적 큰 시간인 하루나 한 달 또는 일 년을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대 인류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찾거나 계절의 변화를 읽는 방법을 익혔는데, 특히 별은 밤에 방향을 찾는 가장 좋은 실마리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별들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별들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며, 어떤 별들은 마치 거인의 시계와 같이 천천히 움직이며 하늘을 가로질러 갔다가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던 고대 인류는 어느 날 북쪽 하늘에서 매일 밤 같은 자리에 있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별들이 모두 움직여도 그 별만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이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극성이라고 하는 이 별은 하늘에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밤에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됐다.
해와 달, 별은 인류 최초의 이정표였을 뿐만 아니라 시계이기도 했다. 주로 지구의 북반구에 살고 있던 고대 인류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의 그림자가 서쪽을 길게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는 해가 점점 하늘의 가운데를 향해 뜨면 북쪽을 향하며 점점 짧아졌다. 해가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기울면 그림자는 동쪽을 향하여 점점 길어졌다. 결국 고대 인류는 그림자의 길이로 지금이 하루 가운데에서 어느 때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이런 시간의 측정은 사냥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고대 인류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처음으로 만든 시계는 해시계였다. 그들은 해시계 이외에도 물시계, 모래시계, 기름시계와 같은 많은 종류의 시계를 고안해 시간을 측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보다 긴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달을 활용했다. 그들은 달이 은빛으로 빛나는 둥근 보름달에서 시작해 하루하루가 지나며 점점 작아져 초승달이 됐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그믐이 되며, 어둠으로 가득 찬 며칠 밤이 지나고 나면 달은 다시 점점 커져서 둥근 보름달이 되는 것을 알았다.
고대 인류에게 있어서 하루의 시간이나 날짜 또는 달을 세는 것은 죽은 사슴이나 곰 그리고 과일의 개수를 세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구체적인 사물을 세는 것은 손가락을 사용해 셀 수 있었지만 하루의 시간이나 날짜는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무에 홈을 파거나 막대기 또는 돌멩이를 하나씩 옮겨 표시했다. 새김 눈 하나는 하루, 새김 눈 둘은 이틀과 같이 표시한 것이다. 그들은 달이 찼다가 지고 다시 차는데 거의 30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30일이 지날 때마다 하루를 표시하는 것보다 조금 더 큰 새김 눈으로 한 달을 표시했다. 큰 새김 눈 12개를 표시하고 나면 처음 새김 눈을 표시했을 때의 계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12개의 큰 새김 눈은 360일로 거의 1년에 가까웠다. 이렇게 해서 봄에 시작된 큰 새김 눈 12개가 새겨지면 다시 봄이 됐는데, 이것이 처음 사용된 달력이었다.
◆ 윤년(閏年)의 탄생
태양과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에서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30일을 한 달로 하는 것이 음력인데, 정확하게는 29.53일이다. 따라서 음력의 날짜와 달의 위상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나게 되고 심한 경우 이틀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를 메우기 위한 것이 윤달이다. 윤달이 있는 해를 윤년이라고 하는데 특히 2006년과 같은 윤년을 쌍춘년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형식의 달력은 로마의 황제였던 카이사르(Caesar, Gaius Julius, BC100-BC44)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1년을 12달로 나누고 각각의 달에 31일과 30일을 번갈아 사용했다. 1년이 12달인 이유는 1년에 달의 삭망(朔望,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12번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옛날에도 1년은 365일로 계산했는데, 지금의 달력과 다른 점은 현재의 3월이 당시에는 1년을 시작하는 첫 달이었다. 3월이 1년을 시작하는 달이었던 흔적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데, 현재의 10월이 당시에는 8월이었기 때문에 8을 나타내는 영어의 접두사 octo가 붙어서 October이라고 한다.
카이사르의 달력에 의하면 1년은 365와1/4일이고, 이것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여기에 나타나는 1/4일은 4년에 한번씩 2월이 29일이 되는 윤년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있다. 카이사르의 달력에 의하면 윤년을 사용해도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1년에 11분의 차이가 났다. 이것이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약 2000년이 지난 후에는 22000분 즉, 약 366.7시간의 차이가 난다. 이것은 약 15.3일이 된다. 이것을 교황 그레고리 13세(Gregorius XIII, 1502-1585)가 고쳤는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이 바로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다.
그러나 1년 365일은 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을 지나서 다시 춘분점까지 되돌아오는 1태양년인 약 365.2422일보다 짧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가톨릭의 중요한 기념일인 부활절을 춘분 뒤, 첫 보름 다음 일요일로 정했기 때문에 춘분은 매우 중요하게 됐다. 하지만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 당시 3월 21일이었던 춘분이 16세기 중엽이 됐을 때는 3월 11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교회에서는 부활절 날짜를 고정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그래서 4년마다 윤년을 두되, 100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는 평년으로 하고 400의 배수인 1600년 2000년 등은 윤년으로 정하게 됐다. 그래서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에도 2월은 29일까지 있다. 물론 올해와 내년에는 2월이 28일까지 있지만 다가올 2016년에 2월은 29일까지 있다.
◆ 국제 원자시간에 1초를 더하다, 윤초(閏秒)
시간을 측정할 때 달력은 비교적 긴 시간에 필요하지만 작은 시간을 재는 데는 시계가 필요하다. 고대 인류에게는 해시계나 물시계 또는 모래시계를 사용해 단지 아침이나 점심 또는 저녁의 대강의 시간을 알면 됐다. 하지만 오늘날 시계의 정확성은 배나 비행기의 항해와 통신 그리고 지구 주위를 운행하는 위성과 위치정보를 교환하는 GPS와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시간은 우주 비행사가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며, 항공관제 시스템과 국제 경제와 같은 전 세계 컴퓨터 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여러 개의 시계가 동시에 가리키는 시간은 매우 빠른 통신 시스템에도 필요하다. 그래서 매우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계가 필요하게 됐다.
오늘날 시간의 측정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해 측정하는 원자시간과 천문적인 특성을 이용해 측정하는 천문시간이 그것이다. 휴대 전화기나 TV화면에 표시되는 시각은 원자시계를 이용해 측정하는 국제 원자시간(International Atomic Time)이다. 원자시간을 측정하는 원자시계는 원자 초에 의해 정확하게 계산되는데, 원자 초는 세슘133 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으로 정해졌다.
천문시간(UT, Universal Time)은 지구의 자전에 기초하는 것으로, 1972년에 국제적 표준이 되는 1초를 1900년도의 평균 하루의 1/86400을 천문시간 1초로 정했다. 천문시간 1초가 하루의 1/86400인 이유는 하루가 24시간이고,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이므로 24×60×60=86400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달 때문에 생기는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지구의 자전속도가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차이는 100년에 24시간의 0.0015에서 0.002 정도이며, 시간으로 계산하면 약 0.9초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세월이 지나며 점점 더 커지게 되므로 원자시간과 천문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나게 된다. 이와 같은 차이를 일치시키기 위해 둘 중 하나의 시간을 바꿔야 하는데, 지구의 자전속도를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원자시간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때 원자시계에 1초를 더하는 것을 윤초라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지구자전국(IERS, International Earth Rotation Service)은 천문시간에 원자시간을 맞춰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에 윤초에 관한 정보를 공지해 주는 의무를 띄고 있다. IERS에서는 윤초를 12월이나 6월의 마지막 날에 더하는데, 필요하다면 3월과 9월의 마지막 날에 끼워 넣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간조정은 1972년 6월 30일에 공고된 이후에 현재까지 계속돼 왔으며 1972년 이후 1999년까지 27년 동안 6월이나 12월에 22번의 윤초가 더해졌다.
그런데 1999년 이후 2004년까지 5년 동안은 윤초가 없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달에 의해 만들어진 조수가 지구의 회전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지진, 지구온난화로 매년 남극과 북극에서 녹고 있는 빙하, 엘리뇨와 라니냐와 같은 지구 기후의 변화가 윤초를 필요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5년 12월31일 세계의 모든 시계에 1초를 더 늘리는 윤초가 실시됐다. 이때 시행된 윤초는 2005년 12월 31일 밤 23시 59초에서 0시0분0초로 넘어가기 직전 23시 59분 60초를 삽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3년 후인 2009년 1월 1일 오전 8시 59분 59초에서 9시로 넘어갈 때 1초가 더 해져 8시 59분 60초라는 임시적인 시각이 만들어 졌고, 1초 뒤에 9시가 됐다. 앞으로도 약 5년을 주기로 윤초를 삽입해야하지만, 정확하게 다음번이 언제일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고대 인류는 낮에는 해를 보며 밤에는 달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알아냈고 그것을 생활에 활용했으며,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들은 결국 달력과 시계를 만들어냈고 이와 같은 것들은 오늘날과 같은 인류의 문명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글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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