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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현대차·SK, 연말 칼바람 분다


현대차, 예측 불가능 속 문책인사 조짐…SK, 총수 부재에 사업구조 개편 조정 임박

[정기수기자]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재계에 이른 추위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그룹마다 연말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기업들이 작년 사상최대 실적에 힘입어 대규모 승진 잔치를 벌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환율 하락 등 연이은 악재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경기 침체가 CEO(최고경영자)나 임원 탓은 아니지만 실적 악화에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인사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른바 '물갈이'식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재계에서는 올 연말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통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의 경우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손을 댈 가능성도 높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달 말께 연말 정기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시로 계열사 사장단 등 주요 경영진의 인사를 단행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인사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연말 정기인사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주요 보직에 대한 승진이나 교체, 경질 카드를 꺼내든다.

◆현대차, 품질 논란에 실적 악화…책임 묻나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미 올해 비정기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부회장 3명이 자리를 비웠다. 지난 2월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에 이어 4월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 최근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달 말에는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사실상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경질에 가깝다.

지난해 연말 사임했던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3개월 만에 자리에 돌아왔고, 안병모 기아차 북미 총괄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각각 한 계단씩 승진했다.

이처럼 올해 이미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굵직한 인사가 몇 차례 단행된 데다,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정기 연말인사에서는 주로 계열사별 임원 승진 인사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정기인사는 승진 인사가 주축을 이뤄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연구·개발(R&D)과 호실적을 올린 부품 계열사의 승진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추락하고 있는 실적이 변수다. 올해 3분기부터 '원고·엔저'의 악영향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현대·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은 매출이 늘고도 이익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최근 그룹의 재무통들이 연이어 사장으로 승진한 점을 보면 위기관리를 위한 인사가 전면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원고·엔저 등 환율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흑자 달성을 위해서는 재무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한우 기아차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등 CFO(재무담당책임자)들은 올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주요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세 곳의 신임 사장이 모두 재무통으로 채워진 셈이다.

또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사장 등 전략·기획통이 최근 수년간 그룹을 주도하면서 연비과장 논란에 대한 적절히 못한 대응, 한전부지 인수 고가입찰 논란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다시 한 번 칼을 빼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리콜, 연비과장 등 끊임없는 품질논란을 비롯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과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만큼, 이삼웅 기아차 사장에 이어 책임을 묻는 차원의 후속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말은 아니어도 불시에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여지도 있다. 정 회장이 건재한 만큼 다소 시기는 이르지만 착실히 경영승계 수순을 밟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체제의 도래를 앞두고 그를 보좌할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이 발탁될 가능성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정몽구 회장의 인사 특징을 감안하면 품질경영 논란과 노조 파업, 내수 부진 등의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SK, 총수 공백에 실적 추락…대규모 물갈이 예고

지난해 총수의 경영 공백으로 '안정 속 성장'을 경영 기조로 인사 폭을 최소화 한 SK그룹은 올해는 인사 태풍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SK는 최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평가에 들어갔다. 각 계열사별로 현재 전무급 이상 CEO 후보군을 대상으로 근무평가를 진행 중이거나 평가가 예정돼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연말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 역시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SK텔레콤도 점유율 50%대 사수에 비상등이 켜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시장 포화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실적 개선의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이어가며 고군분투 하고 있으나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시설투자가 상존해 추가 투자 없이 실적이 이어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계열사의 급감한 실적을 업황 악화에 무게를 두지 않고 책임을 물을 경우 실적부진을 면치 못한 계열사의 경우 CEO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사상 최고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정도에서만 대규모 임원승진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SK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적이 개선될 여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룹 안팎에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들을 포함해 연말인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다만 변수는 자리를 비운 최태원 회장의 복귀 시점이다. 통상 오너가 부재한 기업들의 경우 인사 폭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총수가 자리에 돌아온 뒤 조직을 추스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기 마련이다.

하지만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각종 투자 지연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사나 사면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 회장의 복귀보다는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을 정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최태원 회장의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따로 또 같이 3.0'이라는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계가 이미 자리를 잡았고 김창근 수펙스 의장이 인재육성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그룹 및 계열사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 SK그룹은 CEO세미나를 열고, 그룹 안팎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전략적 혁신'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골자는 그룹 주력 계열사의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이다. 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비롯해 각 계열사별 사업구조의 전면 개편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철저한 성과 분석을 통한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업의 경우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되, 실적이 미흡한 사업은 필요한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철수 가능성도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SK는 계열사별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그룹 전체의 혁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조직 개편과 인적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CEO세미나에서 현재 그룹 안팎의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 아래 강력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현재 계열사별로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분석을 통한 구체적인 조직 조정안이 조만간 마련되는 대로 대규모 조직 개편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폭의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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