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의료 등돌리면 헬스케어도 '남의집 잔치'


[헬스케어, 성장 정체된 이통사의 새 돌파구-하]

[허준기자] 헬스케어 시장을 향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통신사들도 사활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가 정체한 통신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업계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에는 기존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했던 과거의 일반적 모습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너도나도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한국은 의료법 등에 가로막혀 시장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통신사들은 해외에 의료용 앱을 개발해 공급하거나 아예 대규모 메디컬센터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동참하고 있다.

◆헬스케어 선두 노리는 SK텔레콤, 중국에 메디컬센터 열어

국내 이통3사 가운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중국 심천에 'SK텔레콤 헬스케어 R&D 센터'와 'SK심천메디컬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를 통해 체외진단기기와 시약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중국인들의 건강검진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중국 진단기기업체인 티앤룽의 지분 49%를 인수, 진단기기 및 진단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향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도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중동지역에서만 향후 5년간 3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오는 2020년까지 SK텔레콤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궈내겠다는 각오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해외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SK텔레콤만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아닌 국내 헬스케어 사업 분야의 해외진출을 도와 세계적으로 한국 ICT와 의료 서비스 및 기술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KT, 유전체 연구 뇌지도 투자

KT의 헬스케어 사업도 주목할만하다. KT는 연세대학교의료원과 손잡고 국내외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유전체 연구, 뇌지도 연구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연세대학교의료원과 함께 안구질환 '트라코마'를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KT는 이 앱을 아프리카 말라위에 우선 보급하고 향후 개도국에 무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향후 다양한 IT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유전체 연구, 뇌지도 연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KT는 뇌연구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교수와 함께 뇌지도 그리기 게임인 '아이와이어'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뇌지도 프로젝트를 통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DNA와 뇌 연구에 적극 참여해 암이나 뇌질환 등 불치병 해결에 동참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영어로 된 아이와이어 게임을 한글화시켜 국내 이용자들에게 배포할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5월 KT는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과 유전체 분야를 연구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센터를 공동설립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유전체 관련 연구를 통해 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적극적인 예방활동, 발병 후 유전체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황창규 회장은 "KT는 미래 융합서비스인 헬스케어에 ICT 인프라와 빅데이터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인류 행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밥그릇' 시선 벗어야

매년 10~15% 가량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에서는 아직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탓이다. 의료법 등의 정비가 안 돼 헬스케어 산업은 갈등만 겪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서울대학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과 손을 잡고 국내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원격의료, 의료민영화 이슈와 엮이며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국내에서 의료기기를 출시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전성 등 허가를 위해서는 대략 6개월 이상의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IT기기는 빠른 주기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고객의 선택에 의해 지속생산 여부가 결정되는 특성을 지닌다.

IT 업계 관계자는 "IT 제품에 6개월의 허가기간은 치명적"이라며 "의료기기에 대한 정밀한 테스트가 반드시 따라야 하겠지만, IT 기능이 의료기능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측면이라면 의료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5는 이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스마트폰은 심박센서 기능을 탑재하면서 의료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관리대상에서 제외하고 '운동레저용'으로 제품의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이 제품은 출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은 향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신네트워크를 활용한 원격진료 분야 역시 통신산업과 의료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의사가 원거리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어 오진률이 높아지고 대형병원 일부가 환자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원격진료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원격진료는 구치소 등 특수한 범위 내에서 일부 테스트 되며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으며 보건복지부가 산간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는 최근 진행중인 통신사와 병원의 합작법인에 대해서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과 서울대학병원이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헬스케넥트에 대해 서울대학병원 노조는 의료민영화의 시작점, 환자 의료기록 유출 등의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이보경 연구원은 "IT제품과 의료기기가 만나면서 규제 기준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며 "건강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규제 완화 역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헬스케어 사업자들은 국내 규제환경과 별개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선점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통신과 의료업계의 상생의 협력이 더 활발해져 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탄탄한 성장을 동반한 해외시장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