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BMW그룹이 국내에 드라이빙센터를 선보이고 생산자·판매자 중심의 한국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BMW는 14일 인천 영종도에서 드라이빙 트랙과 브랜드 체험을 위한 문화공간이 결합된 'BMW 드라이빙 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BMW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주행트랙을 갖춘 드라이빙센터를 마련한 건 독일과 미국에 이은 세 번째다. 가족 단위로 전시와 체험까지 즐길 수 있는 브랜드 및 드라이빙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지난해 6월 착공해 14개월 만에 완공됐다. 일반 개장은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다. BMW는 이 시설에 오는 2020년까지 약 7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사장은 "자동차산업은 과거 생산자·판매자 중심에서 점점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격과 연비뿐 아니라 엔진 성능·디자인·브랜드 철학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드라이빙센터를 통해 BMW의 진정한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한국 시장을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사장은 "BMW 드라이빙센터는 국내 자동차문화의 틀을 고객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인프라이자 시작에 불과하다"며 "좀 더 명실상부한 고객 중심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MW만의 진정한 가치를 실질적으로 시장에 있는 엔드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적 툴을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또 "드라이빙센터는 수익 창출 목적 아니다"며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고객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시켜 오히려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BMW 코리아가 국내에서 이어가고 있는 높은 성장세도 이번 드라이빙센터 부지 선정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BMW 그룹의 글로벌 시장 중 아홉 번째로 규모가 크다. 특히 5시리즈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는 네 번째로 잘 팔린다. BMW 코리아는 최근 7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3만3천여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전년동기 대비 24% 성장한 2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BMW 코리아는 올 한 해 전년 대비 두자릿 수 이상의 판매 증가 목표를 세웠다.
이안 로버슨 BMW그룹 세일즈·마케팅 총괄 사장은 이에 대해 "한국 고객들은 최고의 차를 열망하고, 프리미엄 체험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이 갈증을 채워주기 위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부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에서 고객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BMW·미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센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BMW그룹은 특히 이달 중 한국에서 다섯 번째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하고 그룹 본사 파견 직원을 포함해 20명 규모로 구성할 계획이다. 서울 BMW 그룹 코리아 사무실과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 각각 설치될 예정이다.
로버슨 사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고객들 역시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한국 고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R&D 센터를 결정했다"고 설립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 BMW R&D 센터는 향후 BMW와 MINI 차량 관련 첨단 기술개발과 차량 인증 및 안전 테스트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김효준 사장은 "R&D 센터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 등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첨단 기술을 한국에,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T) 기술을 독일에 접목하는 양국 기술 교류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드라이빙센터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모터사이클 규제 완화를 들었다. 센터에는 이륜차인 BMW 모토라드 50여대가 구비돼 있지만 모터사이클 운전자는 고속도로 이용이 제한돼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고속도로에서 바이크를 타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모터사이클 이용을 허용하는 방침이 산업적 관점에서 유익하다는 근거를 정리해 관계 부처에(허용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최근 미니 쿠퍼 컨트리맨 모델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연비 검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일 본사와 함께 정부 발표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와 재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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