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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우리 가족의 재밌는 ‘과학캠핑’ 즐기기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서는 풀벌레 소리를 스마트폰 앱으로 대신해서 들어야 한다. 아파트 베란다는 위아래 집이 붙어 있고 환기 장치가 없어서 모닥불은커녕 가스레인지에 고기를 굽기도 힘들다. 밤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새벽부터 크고 작은 차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느라 단잠을 깨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캠핑'이다. 짧디 짧은 하루 이틀 밤이지만 숲에서 들판에서 마음껏 숨 쉬고 즐기며 기운을 얻고 일터로 돌아가는 정신적 치유의 행위다. 회색을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초록과 파랑을 즐기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리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묘약이다.

이제 우리나라 캠핑 인구는 연간 300만 명 규모를 넘어섰다. 유행이 되면 으레 경쟁이 심해지듯 캠핑을 떠나기 전에 구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돗자리 펴놓고 바닥에 앉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는 풍경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집채만 한 텐트와 접고 펴기 쉬운 탁자와 의자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비만 잔뜩 갖췄다고 캠핑이 편한 것은 아니다. 차에서 짐을 내리는 순간부터 마음껏 쉴 수 있는 펜션이나 호텔과 달리 캠핑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령이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시각과 지식을 갖추는 것도 캠핑 준비의 완벽함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매력을 높여준다. 도착부터 복귀까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지식도 장비와 함께 미리 준비해보자.

첫째는 '집터 고르기'다. 하룻밤을 보내려면 텐트부터 제대로 쳐야 한다. 자연의 날씨와 기온은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집터도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 한쪽이 움푹 꺼지거나 기울어지지는 않았는지, 비가 왔을 때 물이 잘 빠질 만한지, 땅의 상태부터 살핀다. 토양은 크게 잔디밭, 돌밭, 흙밭, 모래밭으로 나눌 수 있다.

잔디밭은 의자나 돗자리를 펴놓기 좋고 팩이 텐트를 지탱하는 힘도 적당하다. 그러나 물이 잘 빠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뿌리를 상하게 하므로 배수로를 파는 것도 금물이다. 돌밭은 바위를 잘게 부순 파쇄석을 많이 쓴다. 그러나 요즘에는 건물 철거에서 나온 콘크리트 폐기물을 사용하는 곳도 있어 위험하다. 차라리 구멍이 송송 뚫린 벽돌 바닥을 추천한다.

흙밭은 자연 상태와 가깝지만 비가 오면 진창으로 변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 모래밭은 물이 잘 빠지지만 팩이 쉽게 빠져서 바람이 세게 불 때는 무조건 피해야 할 곳이다. 요즘은 흙밭 위에 '마사토'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화강토나 굵은 모래를 깔아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는 '방위 정하기'다. 캠핑에서 햇볕은 아군이 되기도 하고 적군으로 돌아서기도 하므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장소를 골라서 적당히 이용해야 한다. 위치와 더불어 동서남북을 잘 판단한다면 텐트 생활이 한결 쾌적해진다. 스마트폰마다 나침반을 비롯해 온갖 기능이 있지만 배터리가 다 되면 무용지물이다. 주변 사물을 관찰해서 방위를 알아내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자연 속 캠핑이라는 의미가 커진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오전에는 자신의 오른편, 오후에는 왼편이 남쪽이다. 해는 정오에 가장 높이 위치하므로 현재 시간을 대입하면 남쪽과 해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오후 3시에 캠핑장에 도착했다면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킨 후 손 뼘을 벌려 왼쪽으로 두세 뼘 정도 옮기면 그쪽이 남쪽이다. 아날로그시계를 차고 있다면 몇 시이건 상관없이 해가 있을 때 시침, 즉 작은바늘이 태양을 향하도록 몸을 돌린 후 숫자 12와의 거리가 짧은 쪽의 각도를 보면 그 절반 지점이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다.

즉석에서 해시계를 만들 수도 있다. 평평한 땅에 짤막한 나무 막대를 세우거나 꽂은 후 그림자의 끝부분에 표시를 한다. 10분 후 다시 표시를 한 후 두 점을 연결해서 직선을 그으면 동서 축이 된다. 여기에 수직선을 그으면 남북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밤에는 달과 별을 이용한다. 초승달이 떴다면 뾰족한 두 끝을 연결해서 지평선과 만나도록 가상의 선을 그어 내린다. 거기가 남쪽이다. 북두칠성 앞부분의 두 별을 이어서 선을 그으면 두 별 사이 거리의 5배 쯤 되는 곳에 북극성이 있다.

셋째는 '불 피우기'다. 특히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나무 장작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주일 동안의 고난과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진다. 꼬치에 음식을 꿰어서 불에 익혀 먹는 것도 캠핑의 큰 재미다. 그러나 불을 피우는 것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불과 관련된 일을 부탁해서는 안 된다. 불을 붙이거나 장작을 넣는 것은 언제나 어른들의 몫이다.

불을 붙이려면 부싯깃, 불쏘시개, 장작의 순서대로 불을 붙이는 것이 좋다. 부싯깃은 잘게 찢은 종이, 화장지, 마른 풀, 마른 나뭇잎과 같이 조직이 촘촘하지 않고 습기가 없는 물질을 고른다. "옛날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불을 붙였어" 하며 나뭇가지를 비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적합한 재료 없이는 기진맥진해 쓰러지기 쉬우니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성냥이나 라이터가 아닌 현대적인 부싯돌을 이용해 부싯깃에 점화를 하는 것도 캠핑의 멋이다. 원자번호가 58번인 희토류 세륨(Ce) 65%에 철(Fe)을 35% 섞어 만든 페로세륨 합금이 주로 쓰인다. 라이터 속 부싯돌도 페로세륨으로 만든다. 세륨은 공기에 노출될 경우 섭씨 150도의 저온에도 쉽게 발화된다. 탄소강 조각을 긁을 때 불꽃이 튀는 이유다. 조선시대에는 석영 계열의 광물질에 쇠를 긁는 방식으로 불을 붙였다.

넷째는 '주변 관찰하기'다. 저녁이면 집집마다 텐트 앞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지만 아침의 캠핑장은 텐트를 뒤집어 말리는 가족, 라면을 먹는 아저씨,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커피 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한데 섞여 복잡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보다는 주변 산책을 하며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편이 유익하다. 자연휴양림 인근에 조성된 캠핑장은 숲 체험을 하거나 숲 해설사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오전 시간을 보내기 적합하다.

숲 체험에서는 몸에 유익한 피톤치드 성분을 들이마시며 삼림욕을 하기도 하지만 갖가지 식물을 바라보고 만져볼 수 있어 의외의 즐거움을 준다. 곤충이라면 질겁하는 아이들도 숲에서 만난 곤충은 크게 무서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진다.

밤에 늦게 자는 습관이 있다면 오전이 아닌 한밤중을 관찰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모닥불이 꺼지는 12시 이후 하늘 곳곳에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면 혼자서 누리는 고요함과 충만함의 매력을 알게 된다. 눈이 어두움에 적응해야 별빛을 알아볼 수 있으니 스마트폰 화면이나 전등과 같은 조명기구는 끄거나 그 밝기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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