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올해 5월 철수할 예정인 네이버부동산 자리를 미래에셋 계열사인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 부동산114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부동산 골목대장'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로 지적받아 온 부동산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2009년부터 운영해온 자체 매물정보 서비스를 오는 5월 종료한다. 대신 네이버는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의 매물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만 담당할 예정이다.
대형 포털인 네이버가 공인중개사 역할을 하면서 중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의 매출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취해진 조치다.
이구범 부동산114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이 주최한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 사업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2009년 138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2012년에는 88억원으로 줄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여파도 있었지만 네이버가 부동산 중개업에 진출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 업계 1위인 부동산114의 배만 채울 뿐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부동산114는 국내 30대 그룹에 속하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8년 부동산114를 인수했다. 부동산114의 임직원도 미래에셋그룹 출신이 다수 포진해있다. 이구범 부동산114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를 지냈다.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선 네이버부동산이 내준 자리를 부동산 정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부동산114가 점령하면서 '부동산 골목대장'이 되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애초에 미래에셋 계열사인 부동산114가 골목상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2014년 1월 부동산 분야 랭키닷컴 순위를 보면 부동산114는 45.9%의 점유율을 보이며 업계 1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 1위라는 위치와 모회사 미래에셋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네이버부동산에 올라가는 매물 정보의 상당수를 부동산114가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쟁사 관계자는 "부동산114와 여타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의 클릭수 차이는 4배 가량"이라며 "5월에 네이버에 매물이 올라간다는 것을 바탕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비용 증가, 가입비·연회비에 네이버 등록 실비 떠안아
더군다나 앞으로는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를 이용하지 않았던 공인중개사가 네이버에 매물 정보를 노출하고자 할 때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공인중개사가 네이버부동산에 직접 매물을 등록할 수 있지만 오는 5월부터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하기 위해선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에 가입을 해야한다.
현재는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와 네이버부동산'이라는 두 단계만 거치면 되지만, 앞으로는 '공인중개사-부동산 정보 전문회사-네이버부동산'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가 네이버 자제매물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매물 10건까지는 무료로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추가 1건당 포커스 매물은 5천원, 일반 매물은 2천500원을 받고 있다. 이는 '부동산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50% 인하된 가격이다. 또 6개월 안에 제한없이 매물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광고는 정액 상품으로, 이용자의 68%가 15만원 이하, 19%가 15~25만원, 4%가 50만원 이상의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네이버에 매물을 올리기 위해선 일단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에 가입해야 한다.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는 기본적으로 매물정보 노출 상품비용 외에 가입비와 연회비를 연간 단위로 받고 있다.
5월부터는 부동산114에 가입한 공인중개사가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노출시키고자 했을 때, 건당 1천500~2천원의 실비를 매물 확인 가격으로 지불해야 한다. 매물 정보의 신뢰도를 위한 조치로 그 부담은 공인중개사가 안는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 포커스매물에 등록하려면 1건당 5천원을 내야하지만 5월부터 부동산114를 통해 네이버에 등록하기 위해선 1천500원~2천원을 내야하는 것"이라며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입비와 연회비, 상품가입비를 포함하면 공인중개사가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 정보 전문업체 뿐만 아니라 네이버에 매물을 올리고자 할 때 실제로 부담할 비용은 늘어난다. 거기다 부동산114를 비롯한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들이 5월 네이버부동산 개편과 맞물려 회원 가입 비용을 인상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 경쟁사 영업사원은 "5월에 상품 가입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전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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