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키움증권은 23일 전날 정부가 내놓은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이 금융산업에 악재라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첫째가 ▲고객정보 보호 강화로, 구체적으로는 마케팅 목적의 정보 수집 제한, 계열기업·제휴업체에 대한 정보 공유 제한이다. 둘째는 ▲정보 보호 관련 법규 위반시 제재 강화로, 불법행위시 과중한 과징금·행위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의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정보 유출 방지 대책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악화할 수 있는 매우 부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계열사간 정보 수집·공유 제한은 금융지주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인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적지 않은 제약 요인이라며 금융지주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아울러 정보 보호와 관련 법률이 강화될 경우 인건비, 전산비 등 정보 보호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의 경우 마케팅 목적의 정보 축적·공유 제한으로 카드사 핵심가치 중 하나인 정보 관련 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역시 고객 정보 보호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전망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이어 "캐피탈,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 금융회사에도 매우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고객 정보를 자체 생산하기보다는 정보를 은행, 카드 등으로부터 구매해 소비자 금융업을 영위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어 "2금융권은 규제 강화로 인해 마케팅용 정보 수집이 어려워진 데다 불법 정보 이용에 따른 규제 강화는 소비자금융업 자체의 존립이 흔들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여타 선진국의 경우 고객 정보 보호 등의 운영 위험에 따른 비용 문제로 소비자금융 시장이 대형회사 중심으로 과점화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책, 금융업의 고객중심 재편 시금석 될 것
한편, 서 애널리스트는 "고객 정보 보호 강화가 골자인 이번 대책은 정부와 생산자 중심의 금융산업을 고객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로 재편하는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정부 대책이 금융산업 수익성을 크게 저해하는 대형 악재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산업이 기업을 지원하는 보조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핵심산업이 되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는 시각이다.
그는 또한 금융산업이 정부정책·기업 경영 지원 중심의 경영에서 정보 보호 강화, 고객 가치 제고 중심의 경영을 확립하기 위한 추가 과제도 제시했다.
고객 정보 보호뿐만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가격 개입을 줄이고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한 수수료 체계 개편, 그리고 ▲금융회사의 M&A 활성화를 통한 대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반면 교사로 삼아 정책 기조를 규제 중심에서 금융산업 육성 중심으로 변경할지, 진정으로 의미 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인지 주목하겠다"는 덧붙였다.
이밖에도 삼성카드, 신한지주 등 일부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긴 하지만, 이보다는 산업적 측면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해당 기업에 대한 기존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은행업종에 대해서도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23일 오전 9시 53분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지주과 KB금융이 1%대 하락, 하나금융지주는 약보합니다. 우리금융은 보합세다. 반면 삼성카드는 3%대 상승하고 있다.
이날 현대증권에서는 정보가 유출된 KB, NH, 롯데 등 카드 3사가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삼성카드가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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