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로, 여야 각 정당 뿐만 아니라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까지 가세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각각의 개편안을 제시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여야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이 폐지될 경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되는 반면, 새누리당은 후보 난립으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헌 소지 있어"…與, 공천 폐지 부정적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놓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공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경우 '대선 공약 파기'라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홍문종(사진) 사무총장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각계 학자들을 모아 논의를 거쳤는데 이구동성으로 헌법 위반이라고 한다. 또 공천을 안 한다고 해도 출마하는 사람이 정당을 표명할 경우 개인 스스로가 공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과거 기초의원들 공천을 못하게 했을 때 지역의 정치세력들이 '우리 당에서는 누구를 민다'고 이야기했다. 이게 내천이고 사천"이라며 공천 폐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장 이한구 의원)가 마련한 지방선거제도 개편안도 공천 폐지 보다 특별시·광역시 기초의회(구의회) 폐지와 광역단체장 임기를 현행 3연임에서 2연임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에 무게가 실려 사실상 '공천 유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野 "대선 공약 지켜라"…'안철수 신당' 견제도
지난해 7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은 대선 공약이자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이라는 점을 앞세워 연일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기춘(사진) 사무총장은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자는 게 새누리당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여야가 지난 대선 때도 공약했다"며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니 기초의회 폐지라는 엉뚱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무총장은 "지금이라도 '정당 공천 폐지 못 하겠다', '기득권을 못 내려놓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국민들의 혼란을 더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공천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지지율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 제1야당으로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천 폐지가 거론된다는 것이다.
공천이 폐지되면 '안철수 신당' 후보들은 사실상 무소속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고, 인지도에서 앞서는 민주당 소속 현역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安측, '정당기호 순위제 폐지'도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 측은 공천 폐지에 찬성한다. "불리한 것은 알지만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새정치추진위원회 소통위원장 송호창(사진) 의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새정추는 공천 제도와 함께 정당기호 순위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소속 의원이 2명에 불과해 국회의원 의석수로 결정되는 정당기호 순위제 하에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비해 불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호창 의원은 "정당기호 순위제는 정부 여당과 제1야당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불리한 제도"라며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선출되도록 정당기호 순위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공천 폐지시 후보자의 정당 표방 허용 여부, 여성명부제 도입 등 선거제도와 관련한 각 당의 입장차가 첨예해 오는 2월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등록 전까지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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