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기자] "무엇보다 동양그룹에 투자한 소액 채권자들이 뭉쳐서 법정관리에 대응해 투자액을 회수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불완전 판매 규명 여부는 그 다음이라고 봅니다."
이경섭 '동양 채권·CP(기업어음) 피해자 모임' 네이버 카페 대표(사진)는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지난달 30일 개설한 피해자 카페에는 이틀 만에 약 1천4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이 대표는 "메일, 쪽지 등으로 접수된 피해액도 몇 백억원대로 추산된다"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카페 바로가기☞http://cafe.naver.com/tongyangbond)
지난 1일까지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 부실 채권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회계법인에서 회계사이자 세무사로 재직 중인 이 대표는 법정관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양그룹의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현재, 불완전 판매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안타까워 카페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본인 역시 동양 계열사에 투자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봤다.
"동양증권이 판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 등은 말하자면 불량 식품입니다. 동양증권에 그 피해 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불량 식품 판매자한테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같죠. 하지만 어떤 상인이 자기가 불량 식품을 팔았다고 인정하고 배상해 주겠습니까."
즉, 불완전 판매는 입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손해를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보다 소액 채권자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 피해액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법정관리는 기업의 주주총회랑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주주총회에서 대주주가 유리하듯이 법정관리에서는 채권액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죠. 따라서 소액 채권자들이 뭉쳐 피해액을 모아 큰 금액이 되면 법정관리 과정에서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죠."
이 대표는 또 "지금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국면"이라며 "이자 얼마 더 준다고 가입한 주부, 결혼자금을 넣은 투자자 등 선량한 소액 채권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을 동양이 악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소액 채권자 개개인은 금액이 작아 힘이 없어요. 이런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에서 동양이나 은행 등 다른 채권자의 입장이 부각될 수밖에 없죠."
이 대표는 우선 소액 채권자들의 피해액 모으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소 3천억원 이상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채무자인 동양이 법원에서 결정된 회생 계획안을 거부하려면 채권액의 3분의1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피해액이 모이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동양레저의 회사채와 CP(전자단기사채 포함) 규모는 총 1조3천311억원이다. 투자자 수는 4만1천231명으로 개인투자자 비율은 99%가 넘는다.
"피해자 모으기와 함께 법정관리 대응을 위한 대책과 조직 구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2일 피해자들의 인적 사항, 피해액 등을 모은 연판장을 법원에 접수하고, 오는 3일 실명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구요. 그리고 온라인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단법인화해서 동양 채권자협의회를 만들 겁니다."
이경은기자 serius072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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