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조사와 정권 추진 사업이였던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전방위적인 'MB정권 털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계약 집행 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추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대운하 사업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감사원은 2009년 2월 국토부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후 운하를 재추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또, 감사원은 국토부가 대운하 중단 이후에도 대운하 안의 반영 여부를 검토하고 경쟁을 제한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게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고, 건설사들의 담합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국토부가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비 4조1천억원 규모의 1차 턴키 공사를 한꺼번에 발표했다고 결론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이유 없이 건설업체의 담합 의혹 조사를 지연하고 담합을 주도한 회사의 과징금을 깎아줬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감사원의 발표에 청와대와 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사실이라면'을 전제로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로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수석이 실명으로 공식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도 일단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말하면서 책임에 따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입장을 함께 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일단 감사 결과만 보고서는 조직적으로 한 것인지 몇 사람 충성분자들이 한 것인지 모르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처벌은 당연한 것인데 담합은 범죄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 담합의 빌미를 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유 대변인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치밀한 사전 모의를 통해 했다면 정말로 국민을 속인 것이고 이렇다면 국정조사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해야 하지만 일단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매사 의심이 있다고 다 국정조사 할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어느 누구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증언대에 서야 한다"며 "두 차례에 걸친 국기 문란 사건은 전현직 국정원장 뿐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까지 깊이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전 정권 핵심 관계자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 청와대 관계자 등 전현직 정권 핵심 인사들을 국정조사 증인 목록에 포함해 놓은 상황이다. 물론 여야 합의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크지만 전 정권 인사의 국정조사 증인 포함은 불가피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 정권 고위 관계자들이 국정조사 증언대에 서는 등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개인 비리 혐의로 어제(10일) 전격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모 대형건설사 대표로부터 고가의 선물과 현금 등 1억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공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처럼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와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원 전 원장 등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에 대한 책임론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MB의 남자들'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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