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폭발적인 성량,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뮤지컬 배우 김영주(39)가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석별의 정을 나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6월을 끝으로 서울공연을 마무리지었다. 7월 성남을 거쳐 8월엔 대전에서 무대를 선보인다.
서울 공연에서 유독 돋보인 배우가 있다. 바로 화려한 여배우 도로시 브룩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영주다. 3년 전 극의 감초 매기 존스 역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김영주는 올해엔 전혀 상반된 이미지의 도로시 브룩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박해미, 홍지민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그는 노련함과 탁월함을 바탕으로 김영주표 도로시 브룩을 완성했다.

도로시 브룩은 한물간 뮤지컬 스타다. 부자 애인 덕분에 공연에 합류하지만 고집도 세고 배려심도 없는 인물이다. 평생 무대에만 몰두했던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찾고 난 이후 젊고 실력 있는 후배에게 쿨 하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공연을 마친 후 만난 김영주는 "도로시 브룩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을 내봄직한 역할"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도로시 브룩은 폭발할 것 같은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인물이에요. 그 열정이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로 드러나고, 사랑 앞에서는 철저히 눈이 멀죠. 저는 도로시 브룩을 도도하고 당당한 여배우가 아닌 오로지 사랑만 남아있는 여자로 생각했어요."
도로시 브룩은 폭넓은 연기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관록의 결정체다. 3년 전 매기 존스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발을 디뎠던 그는 "당시엔 너무 어렸다. 만약 그때 도로시 브룩을 만났다면 농익지 않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도로시 브룩의 능수능란한 모습이 삶으로 배어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3년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김영주, 박해미, 홍지민 등 3인3색의 도로시 브룩이 관객들을 만났다. 김영주는 "셋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라며 "박해미 선배가 능수능란하고 유연한 도로시 브룩이라면, 홍지민은 자신의 틀을 용감하게 넘나드는 유쾌한 도로시 브룩"이라고 설명했다.


◇ 무대 위 카리스마, 무대 아래선 애교 가득 천상여자
김영주는 1996년 뮤지컬 '명성왕후'에서 공사 부인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18년 동안 '햄릿' '벽을 뚫는 남자' '몬데크리스토' '아가씨와 건달들' 등에서 다채로운 역할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가 고프다. 새 작품을 만나면 대본부터 파고든다. 김영주 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아 분석하고 연구한다.
"얼마 전 남경주 오빠가 대기실에서 '배우 수첩'을 읽고 계시더군요. 30년 넘게 연기한 경주 오빠도 이렇게 노력하는구나 싶어 자극이 됐어요. 이후 제가 후배 이충주에게 '배우 수첩'을 선물해줬어요. 신기하게도 다음날 경주 오빠가 제게 그 책을 선물해 주더라고요. '삶과 무대에서 자유롭기를'이라는 글귀를 써서요. 감동이었죠(웃음)."
무대 위 배우 김영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의 전형이다. 하지만 무대 아래 인간 김영주는 애교 넘치는 천상 여자다. 작은 감동에 눈시울을 적시고 작은 배려에 환하게 웃음짓는다. 연하의 남자친구 오대성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사랑의 밀어와 닭살 멘트가 난무한다. 둘은 곧 2년의 열애에 종지부를 찍고 웨딩마치를 울릴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는 "김영주 배우의 대기실에는 늘 웃음이 넘쳐난다"라며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고 늘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후배들도 잘 따른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을 맞은 김영주는 "나이를 먹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도 30대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 같다. 나이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또다른 배우의 세계가 열린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선배가 돼야 겠다'고 생각해요.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늘 후배들의 말을 수용할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싶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무대를 지키고 싶어요.(웃음)"
한편, '브로드웨이 42번가' 서울공연을 마친 김영주는 바로 '하이스쿨 뮤지컬'로 합류했다. 극중 다버스 선생 역을 맡았다. '하이스쿨 뮤지컬'은 9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공연된다.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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