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3일 새벽 1시12분경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참담한 심정과 함께 자신이 책임질 것과 임직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마지막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최근 저와 우리 그룹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임직원 여러분이 느꼈을 혼란과 실망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그룹의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임직원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게 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할 뿐"이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CJ그룹 경영자로서 첫 행사인 93년 신입사원과의 만남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당시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신입사원 온리원 캠프 참가자가 1천명이 넘는다. 그룹 출범 당시 6천명에 불과했던 임직원도 4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그룹이 성장하는 사이, 최고 경영자로서 느낀 무게와 책임감도 그만큼 컸음을 고백한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특히 무엇보다도 절실했던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취해졌던 각종 조치들 중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저를 도와 준 임직원들의 과오가 있다면 그 또한 저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면서 "저의 잘못과 부덕의 소치로 인해 임직원과 회사가 더 이상 고통 받고 피해를 겪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CJ그룹은 회장 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매일 출근하고, 회의하고, 현장을 누비며 제품과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러분의 것"이라며 주인의식을 상기시킨 뒤 "이번 사태로 여러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여러분의 꿈과 여러분의 일터가 이번 일로 상처 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저 개인의 안위는 모두 내려놓고, 우리 CJ와 임직원 여러분들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여러분은 우리 CJ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하나 마음을 모아 달라. 작은 설탕 공장에서 시작해 한국경제의 주춧돌로 성장해 온 CJ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영원히 간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임직원 여러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면서 "리더인 제가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 정말 가슴 깊이 사죄한다. 여러분이 받은 상처와 아픔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두고두고 갚겠다"고 글을 맺었다.
이 회장이 e메일을 통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사과한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로 CJ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임직원의 사기가 저하되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림과 동시에 그룹의 동반추락만은 막겠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이메일을 두고 회장님이 법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임직원들이 걱정하고 동요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봐 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경영연구소 등에 이어 29일에는 이 회장의 장충동 자택을 압수수색했했으며,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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