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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속 CG 기술 어디까지 왔나


해외 기술 못지 않는 기술 발전의 흐름

[김국배기자] 초능력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2004년)' 속 히어로들은 망토도 없이 몸에 착 달라 붙는 수트 차림으로 하늘을 날아 다닌다. 하지만 6년 후에 등장한 또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 '메가트렌드(2010년)'의 슈퍼히어로나 악당은 하나 같이 망토를 걸치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알고 보면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도 관계가 있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에 망토를 입히기는 쉽지 않았던 것. 망토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에는 CG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성능 역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CG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한국의 CG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영화들을 시대별로 조망해 보면 한국의 CG 기술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보여 왔는지 알 수 있다.

◆1986년 '우뢰매' 수작업으로 시각특수효과 구현

이 작품에는 현장에서 촬영한 배경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이미지를 합성, 최종 영상을 만들어 내는 디지털 시각효과(Digital VFX)가 쓰였다. 다만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다양한 그래픽 제작 툴이 없어 셀(Cell)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시각특수효과를 구현했다.

셀 애니메이션은 셀 위에 그린 여러 장의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해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한 형태다. 셀 방식의 특성상 한 편을 위해 그려야 하는 셀 수가 엄청나게 많은 데다 일일이 손으로 그려 한 장씩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인원과 경비, 기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특수효과를 만드는 그래픽 제작 툴이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실제 동작을 촬영하는 라이브 액션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디지털 무비'도 국내에 등장하게 된다. 바로 1994년 작품인 박헌수 감독의 '구미호'다. 이 시기를 한국 영화에 처음 CG 기술이 사용된 때로 보는 시선도 있다.

영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구미호로 변신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기 위해 '모핑' 기법을 처음 활용했다. 모핑 기법은 어떤 사물의 형상을 전혀 다른 형상으로 서서히 변형시키는 기술이다.

이후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1996년)가 흥행에 성공했고 퇴마록(1998년)과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 성냥팔이 소녀(2002), 내츄럴 시티(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남극일기(2005년), 웰컴 투 동막골(2005년), 청연(2005년), 중천(2006년), 국가 대표(2009년) 등의 영화들이 국내 시각효과(VFX)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디워' '7광구' 국내 CG 기술 한 단계 끌어 올려

2007년 개봉한 '디워'는 국내 CG 기술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는 디지털 크리쳐 기술과 각종 이펙트 요소를 포함한 대규모의 CG 분량을 제작했다.

디지털 크리쳐는 영화 '괴물'이나 '에일리언'에 등장했던 생물체처럼 디지털 화상 기술을 이용해 마치 실물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든 인간, 동물 등의 다양한 인공적 조형물을 말한다.

디지털 크리쳐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로는 지난 2006년 흥행한 '괴물'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국내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로 크리쳐를 만들었다.

이처럼 진일보된 기술로 디워는 밝은 대낮의 시가지 전투 장면을 과감히 넣으면서 CG는 어둡게 해야 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트리기도 했다.

2009년 상영한 재난 영화 해운대의 경우 해일 장면을 대규모 물 시뮬레이션으로 완성해 눈길을 끌었으나 아쉽게도 국내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에 의존한 경우였다. 후반 제작에서의 시뮬레이션은 계산량이 많고 즉각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작업을 위해서는 많은 인프라와 인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면 2011년 개봉한 '7광구'는 순수 국내 제작기술로만 1시간 분량 이상의 디지털 괴물을 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실사급 디지털 크리쳐 제작의 경우 골격과 근육구조, 중량에 따른 2차적 상호작용과 표면의 질감까지 세심한 설계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주연급 '디지털 액터' 등장…고릴라 털 하나까지 생생하게

국내 최초의 디지털 액터는 영화 '중천'을 통해 나왔다.

디지털 액터의 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의상과 헤어 부분의 시뮬레이션 기술이 에프엑스기어(FXGear)라는 국내 벤처기업을 통해 개발되면서다. 이미 디지털 액터 기술은 헐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에 꼭 필요한 기술로 다양한 작품의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디지털 액터를 주연급 배우로 내세웠다.

영화에서 약 1천 컷에 걸쳐 등장하는 가상 고릴라는 '디지털 퍼(Fur)' 기술을 통해 수백만 가닥이 넘는 동물의 털을 실제처럼 구현했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속 호랑이의 경우 약 150샷에 걸쳐 영화에 출현했었다.

또한 랜더링 기술과 실제 고릴라 같은 움직임, 피부의 질감은 현재 한국 CG 기술의 집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국내의 한 CG 소프트웨어 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CG 기술이 더욱 발전하려면 디지털 무비 제작에 꼭 필요한 기술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실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자연스럽게 투자도 이뤄져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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