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육성 2.0]②벤처 투자재원 '콸콸콸'


정부, 벤처에 총 3.3조 지원…'좀비 벤처'는 경계해야

[이혜경기자] 벤처기업들의 사업밑천이 될 투자재원만 놓고 보면, 올해 분위기는 대단히 좋다. 지난 4월 벤처캐피탈협회가 전망한 올해 신규 벤처투자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에 이른다.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재원이 되는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금도 기대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모태펀드에 4천68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지난 2월 벤처캐피탈협회가 추정했던 모태펀드 예상액 3천78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벤처 투자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 계획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지난 15일 공개한 '벤처종합지원대책'에서 모두 3조3천139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융자·보증 등으로 지원되는 예상치를 모두 더한 것이다. 벤처 생태계 개선을 위해 올해 안으로 우선 5천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도 조성한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번 벤처 대책으로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에는 무려 10조6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전망치보다 4조3천억원이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정부, 홀대 받던 초기벤처 투자에 팔 걷어

올해는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창업초기 벤처 투자에 힘 싣는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창업 초기 벤처는 의외로 벤처투자시장의 찬밥 신세였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캐피탈들은 최근 몇 년간 창업한 지 3년 이하인 초기 벤처에는 전체 투자자금의 30%만 할애했다. 반면 7년이 넘는 업력을 쌓은 고참급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2009년부터는 고참급 벤처 투자비중이 전체 투자의 40%를 넘었다.

이는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호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에서는 신설기업, 그리고 창업 후 7년이 경과되지 않은 기업을 창업기업으로 통칭한다. 그런데 벤처캐피탈들은 지원이 절실한 초기벤처보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중견 벤처 투자를 늘린 것이다. 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 해도, 본래 '위험을 무릅쓰는 투자자금'이라는 의미인 벤처캐피탈의 근본 정신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행히도 올해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초기벤처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은 모태펀드 출자금의 절반 가량인 1천750억원을 초기벤처에 배정할 계획이다. 이 자금으로 550억원 규모의 엔젤투자 매칭펀드(엔젤이 초기벤처에 투자시 그와 같은 금액을 투자), 1천억원 규모의 창업초기 전용펀드 등 초기 벤처 육성에 초점을 맞춘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공사, 국민연금 등 공공 투자기관과 공동 출자해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중소·벤처 해외진출 지원용 협력펀드를 1천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기청은 또 대기업, 연기금과 함께 400억~1천억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도 만든다. 39세 이하 청년 창업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지닌 청년층의 창업을 밀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중기청은 "올해 상반기에 모태펀드 출자 예정액의 70% 이상을 출자하고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초기벤처 투자를 위한 마중물을 붓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벤처캐피탈 규모를 상상을 넘을 정도로 키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신 위원장은 "정부가 마중물 비슷하게 자금을 풀겠다. 손해나면 먼저 정부 쪽이 감수하겠다. 과감하게 들어가겠다"고 호언했다.

금융위, 기재부, 중기청 등이 올해 안에 함께 조성하기로 한 미래창조펀드는 이런 의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는 미래창조펀드를 "민간보다 정책금융이 더 많은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펀드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대출도 최대 12조원 늘어날 듯

꿈틀대는 것은 벤처투자 시장만이 아니다. 은행에서 빌려 쓰는 사업자금, 즉 대출도 문턱이 전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물꼬를 확 넓힌 상태다. 지난 4월11일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기존 대비 3조원 증가한 12조원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번에 늘린 한도 3조원이 '창업초기의 창조형 중소기업 몫'이라고 못 박았다. '우수 기술을 보유한 업력 7년 이내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형 창업지원한도'라는 것이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의 일부를 낮은 금리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한은이 총액한도대출을 지원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규모가 확대되고, 해당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은은 이번 결정이 창업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공급을 전보다 6조~12조원 더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한 은행 전산시스템 정비 등을 마치면 늦어도 6월에는 시행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번 결정에 따라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기존 연 1.25%(4월기준)에서 연 0.5~1.25%로 내렸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업체별로 평균 25~51bp의 금리 감면 혜택을 입을 것이란 설명이다.

◆넘치는 자금 좋지만, '좀비 벤처' 만들 가능성은 경계해야

설립 후 성장단계가 어느 수준에 왔든 벤처들은 대부분 '자금애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벤처기업에 대한 경영애로 설문조사, 송치승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 외2인, 2010). 이를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 후 나타난 벤처투자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탈이 난다. 정부의 강한 벤처 육성의지는 좋지만, 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경계가 필요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지난 16일 금융투자업계 CEO 대상 강연에서 전한 메시지는 그래서 새겨봄직하다.

그는 "벤처캐피탈 시장 규모가 연간 1조2천억원(2012년)인데, 올해 정책자금 등 예상되는 투자여력 금액은 7조원 이상"이라며 "하지만 1년 만에 투자대상이 갑자기 3~4배로 늘어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벤처투자시장이 포화상태인데 추가로 초대형 투자가 우후죽순으로 이뤄지면 돈의 힘으로 버티는 부실 좀비기업이 활개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따끔한 말도 남겼다. 돈이 넘치다 보면 수준미달 벤처에까지 투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김 원장은 이 같은 부작용 방지책으로 ▲지적재산권과 기술성 평가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대 마련 ▲투자운용 인력의 전문화 등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돈만 내주지 말고, 실력있는 벤처를 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 내에서 관련 시스템을 빨리 만들 수 없다면 "아웃소싱을 활용하라"는 조언도 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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