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20만원대의 저렴한 소형 태블릿이 국내에도 여러 종 출시돼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성능이 나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 사용해봤다는 리뷰 글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직접 30만원이 채 안되는 여러 태블릿을 공수해 사용해봤다.
|글 김현주 기자 @hannie |사진 정소희 기자
아이리버의 와우탭(27만8000원), 에이수스의 미모패드(19만원), 에이서의 아이코니아 B1(19만9000원) 등은 10만~20만원대 7인치 보급형 태블릿PC다. 비슷한 크기의 애플 아이패드 미니(16GB)가 42만원이고, 삼성 갤럭시노트8.0이 55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셈이다.
3개 모델을 사용해보니 인터넷 서핑, 저사양 게임, 동영상 시청 등 일상적인 활용에 고급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사양과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낮다는 한계는 분명 보였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사양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세 개 제품 중 아이리버 와우탭은 가장 쓸 만 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속도가 1.2GHz로 구글 넥서스7(1.3GHz)나 삼성 갤럭시노트10.1(1.4GHz)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웹 서핑시 화면 스크롤링이나 확대-축소 시 부드러웠다. 터치감도 괜찮은 편. 동영상 시청 시에도 버벅거림이 없었다. 각종 캐주얼 게임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다.
HD(1280×800)급 해상도를 채용해 화질, 선명도도 괜찮은 편. 오히려 아이패드 미니(1280x768)보다는 사양이 높은 편이다.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여러 방향에서 액정을 쳐다봐도 색상 변화가 없다.
에이서 아이코니아 B1은 1.2㎓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해 사용하기 무난했다. 웹서핑, 동영상 시청 시 사용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화면 전환이나 스크롤링이 매우 즉각적이지는 않다. e북 콘텐츠를 사용할 때 갑자기 꺼지거나 실행이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1024x60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는 다소 아쉽다. 시야각이 좁아 화면을 조금만 돌려도 색이 변하고 어둡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스듬히 누워서 사용할 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에이서 아이코니아B1은 측면에 밝은 파란 테두리를 두른 탓에 디자인 면에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도 있을 듯 싶다. 한글 메뉴는 지원하지만 키보드는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언어팩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해야 한다.
3개 모델 중 19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에이수스의 미모패드는 1㎓ 싱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가장 사양이 낮다. 화면 전환, 스크롤링, 키보드 입력 등 모든 사용 환경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스마트폰 등을 고사양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답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콘텐츠 소비 및 인터넷 사용에는 무리없다.
해상도는 에이서의 아이코니아B1과 같은 1024x600이다. 시야각은 아이코니아B1보다 넓은편이지만 역시 선명도가 떨어져 PC용 화면 환경에서의 웹서핑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와우탭, 아이코니아B1, 미모패드의 공통된 단점은 후면을 빼고 전면 카메라만 있는 데다 화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카메라 기능만 봤을 때 과거 피처폰 시절이 떠오를 정도다.외장 스피커 성능도 세 모델 다 만족스럽지 않다. 묵직한 저음을 표현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아이코니아B1은 케이스에 얇은 플라스틱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음악을 들을 때 기기 표면에 진동이 강하게 느껴졌다.
세 제품의 외장 버튼(전원, 볼륨키)은 각각 다르다는 점도 유의하자. 와우탭은 가로 사용을 권장하는 지 제품을 가로로 뒀을 때 우측 상단에 버튼이 위치했다. 에이서 아이코니아B1은 세로로 뒀을 때 오른쪽 상단. 에이수스 미모패드는 왼쪽 상단이다.
왜 '소형' '저가' 태블릿인가?
제조사들에게 태블릿 시장은 매력적이다. PC나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인데다 시장 강자가 정해졌지만 태블릿은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50%에 육박하는 애플의 독주가 업체들에게 반갑지는 않다. 삼성전자 조차 태블릿에서는 애플을 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기타 업체들은 프리미엄대신 저가 보급형 시장을 넘보고 있다. 최근 아이패드미니, 킨들파이어, 넥서스7 등 소형 태블릿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를 '검증'했다는 점도 이들 업체에겐 기회다. 7~8인치 대 소형 태블릿은 작고 가벼워 휴대성을 겸비한 데다 콘텐츠 소비에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태블릿PC 시장이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5인치 이상의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 크기 제품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굳이 1~2인치 더 큰 태블릿을 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보다 갤럭시노트가 '전략 폰'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
게다가 국내에는 태블릿용 콘텐츠도 많지 않다. 반스앤노블, 킨들 등은 7~8인치 시장에서 자체 콘텐츠를 앞세워 성장했다. 애플 아이패드도 아이튠즈로 즐길 수 있는 게 많다. 국내에서는 아이튠즈 장터가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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