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그룹이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본격 축소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광고, 물류 분야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대폭 축소해 올해 6천억원 규모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직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광고 분야에서 그룹 국내 광고 발주 예상 금액의 65%인 1천200억원과 물류 분야 그룹 국내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인 4천800억원 등 물량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6천억원 가량의 새로운 사업기회가 중소기업 등에게 제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쟁입찰 심사위원회(가칭)'를 주요 계열사에 설치, 직발주 및 경쟁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그룹 광고 계열사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던 그룹 및 계열사 기업 광고 제작, 국내 모터쇼 프로모션 등 각종 이벤트, 기존 제품 광고 제작 등을 중소기업 직발주 및 경쟁입찰로 전환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광고는 계열사인 이노션이 주로 맡았다.
전환 물량은 올해 현대차그룹의 국내 광고 발주 예상 금액의 65%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또 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던 계열사 공장 간 부품 운송, 공장 내 운송 및 운송장비 운용 등을 중소기업 직발주 및 경쟁입찰로 변경한다.
전환 물량은 올해 현대차그룹의 국내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과정에서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기업에게 기존 물류 노하우를 전수하고, 국내 중소 물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도 추진한다.
향후 현대차그룹은 광고와 물류 분야 외에 건설,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의 사업기회 확대를 위한 경쟁입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광고 분야에서 글로벌 브랜드 관리, 해외 스포츠 마케팅 등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거나,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보안성 유지가 필요한 신차 및 개조차 광고 제작 등은 현행 방식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류 분야에서도 전국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고 운용 시스템의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완성차, 철강제품 운송 등은 현행 방식을 유지키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광고와 국내 물류 분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축적된 통합관리 효율성이 일부 영향을 받겠지만,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광고분야에서 집적된 노하우도 중소기업에 이전할 방침"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노력이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올해 금년도 투자 규모를 재검토해 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전문 물류기업으로 확보한 글로벌 경쟁력을 토대로,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 대상 물류 사업을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10대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노션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브라질 등 16개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종합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소외계층에 대한 지식 기부도 확대 강화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중소 물류기업들에게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인적·물적 지원을 병행해 해당 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 전문교육 계열사인 현대NGV를 포함,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중소 협력업체 임직원 전문교육을 더 체계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창조적 성장 잠재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식 기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조치는 정치권에서 재벌 계열사간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은 계열사 간에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있으면 이를 기업이 입증토록 하고, 총수가 부당 내부거래를 유도하거나 관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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