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과 인공 원자를 결합해 빛의 투과도를 제어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에는 KAIST 민범기 교수, 이승훈 박사생(제1저자), ETRI 최무한 박사(제1저자) 및 김튼튼 박사(제1저자)가 주도하고, 이승섭 교수, 최성율 교수, ETRI 최춘기 박사, 미국 UC버클리대 샹장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여파장의 백만분의 1인 얇은 두께(0.34 나노미터)의 그래핀과 메타물질(금으로 된 벌집모양의 인공원자)을 결합해 빛의 투과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이 경우, 그래핀만 사용했을 때보다 수십 배 이상 광변조의 폭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인 그래핀은 고유의 전자구조로 인해 근적외선과 가시광선의 약 2.3%의 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명전극으로 응용될 수 있는 특성으로, 투명전극은 LCD, OLED 등 평판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터치스크린이나 태양전지 개발에 매우 중요한 전자부품 중 하나.
그러나 그래핀의 광학적 투과도는 전기적인 방법으로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고, 데이터를 빛으로 주고 받을 때 광변조의 폭도 좁아 광변조기나 광소자로 응용되기에 제약이 있었다.
민범기 교수팀이 개발한 '그래핀 메타물질'은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그래핀에서의 빛의 흡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으로 만들어진 벌집모양의 인공원자(메타물질)를 단일층 그래핀 위에 결합하고, 외부에서 빛의 흡수 정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극을 포함한 모든 구조를 폴리아미드라는 아주 얇고 유연한 고분자 기판 내부에 집적화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그래핀에 흡수되는 빛의 양이 약 3%에서 50%까지 조절돼 보편상수의 10배 이상의 값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그래핀 메타물질이 전기적 이력현상을 이용해 빛의 투과도를 기억해 그래핀 광메모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민범기 교수팀은 지난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굴절률 높은 메타물질을 제작해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연구팀이 만든 메타물질의 특성을 그래핀과 접목해 광학적 특성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밝힌 것이다.
민범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10억분의 1미터인 나노미터보다 얇은 두께에서 빛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손톱보다 작은 초소형 광변조기나 광메모리 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전략연구) ▲일반연구자지원사업(기본연구)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SRC) 등의 지원을 받았으며, 재료과학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메터리얼즈' 9월 30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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