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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산업, 패러다임 못바꾸면 공룡된다


ICT 융합 따른 무한경쟁, 융합으로 돌파해야

[강호성기자] 통신사들이 공중전화로 큰 수익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부터 20년 전, KT는 공중전화 사업으로 연간 8천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삐삐' 전성시대와 더불어 공중전화는 효자 상품이었다. 2000년대 초반 전국 15만 대에 육박하던 공중전화의 숫자는 2011년 말 반으로 줄었다. 공익을 위해 공중전화 사업이 유지되지만, 이제 연간 수천 억원의 적자가 나는 상품일 뿐이다.

통신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음성 위주의 통화 서비스는 데이터 통신으로 급격 대체되고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랜선으로 연결하던 인터넷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대중적 통신수단인 이메일조차 이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밀려 제자리 잡기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IT 네트워크가 모두 IP 기반(All-IP)으로 바뀌면서 통신 뿐 아니라 방송영역까지 인터넷 규약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성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로 얘기해"

문자메시지 요금이 걱정된다며 가슴 졸이던 시대는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모바일 메신저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이용자는 2012년 5월 현재 4천600만 명을 넘었다.숫자만으로 보면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톡으로 일상을 나눈다는 얘기다.

심지어 메시지 전달 차원을 넘어 사진을 공유하는 카카오스토리도 나왔다. 카카오스토리는 일주일 만에 1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역시 일상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 쪽지로 대화하는 이용자들은 이제 이메일조차 불편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0년 81만 명에 불과했던 트위터 이용자는 이제 642만 명이 넘었다. 이메일 접속자들은 네이버나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할 것 없이 모두 정체되거나 줄었다.

집전화가 맥을 못춘 지는 꽤 오래 됐다. 지난 1분기 KT 유선전화 매출은 8천8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8.8%가 줄었다. KT 유선전화는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속도싸움에 불이 붙었던 초고속인터넷조차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KT는 5.6%가 줄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서비스에 문제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IT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들은 기술 발전과 스마트폰의 등장,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휴대폰 망도 인터넷 시대

통신사들의 주 수익원인 이동통신 서비스 역시 인터넷 기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올 하반기 중 인터넷 통화서비스(VoLTE)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음성통화는 기존 통신망을 쓰고 데이터를 사용할 때만 4세대 인터넷 망을 활용하던 반쪽짜리 서비스를 넘어 올아이피(All IP) 시대의 완성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유선전화의 인터넷화(VoIP), TV의 인터넷화(IPTV)와 함께 모바일 통신의 전면적인 인터넷화가 완료되면 모든 서비스는 인터넷 기반으로 호환되고 확장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인터넷망을 활용하면서 서비스는 더욱 저렴해지고 융합도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이나 데이터 구분 없이 인터넷 규약을 통한 서비스 시대를 맞게 되면, N스크린(단말기 구분 없이 원하는 서비스 이어보기) 등 각종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데이터의 빅뱅, 미디어 빅뱅이 본격적으로 가속화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3G) 및 4세대 이동통신 과도기인 현재도 데이터 이용량은 폭발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2008년 79테라바이트(TB)에 불과했던 데이터 이용량이 2011년 7만5천296테라로 불어났다.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통신 업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가 기회가 된다면 통신 사업자들에게는 '위기의 환경'이 펼쳐진다.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매출 및 가입자당월매출(ARPU)이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통신업계는 2011년 이동통신 서비스 총 매출이 1984년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개시 이후 28년만에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단말기 보조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요금할인이나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제 발등찍기'라는 지적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 없이 고객을 유인하기 힘든 법.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2010년 6조1천억원에서 2011년 7조3천억원으로 약 20% 가량 증가했다. LTE 경쟁이나 차세대 망투자를 감안한 설비투자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음성통화(mVoIP) 서비스나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메시징 서비스 역시 21세기형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전통적 통신기업에겐 치명적인 경쟁상품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적절한 대응책과 서비스(도입방안)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이동통신사(MNO)나 재판매사업자(MVNO)를 도입하는 것 역시 통신사업자에겐 파이를 나눠 먹자는 얘기처럼 들린다. '득표공학'으로 제기되는 요금인하 공약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

통신사업자들이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눈여겨 볼 것은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10년 전 통신사업자들의 경쟁자는 2~3 개사에 불과했지만, 이제 통신시장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상황이 됐다. 인터넷이나 방송업계 등 경쟁자는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해야 할 몫은 통신사

결국 변화해야 할 몫은 통신사들의 것이다. 기존 통신산업의 구조에 안주하려다간 '공룡'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없던 휴대폰을 구입하던 90년대 후반과는 상황이 달라졌고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지점을 넘어섰다. 매출 성장률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아이피 시대에 맞는 통신서비스와 요금제의 근본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 KT는 지난 2008년 "오는 2012년 올아이피 시대를 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서비스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모두 올아이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지만, 이들은 그에 따른 폭풍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규제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하는 과도기지만, 몸집이 크다보니 먼저 나서서 변화를 꾀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시장에서의 파이나누기가 아니라 '탈통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SK텔레콤이 기아차와 함께 마케팅·스마트 카 개발 등 포괄적 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나 조선 등 기존 전통산업에 첨단 IT 네트워크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벤츠나 BMW 등 고가 자동차에는 IT 기능이 추가된 첨단 제어장치나 디스플레이가 장착되고 있다.

KT는 오는 2018년까지 통신을 제외한 부문에서 18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KT 재무책임자(CFO) 김범준 전무는 "인수합병한 BC카드, KT렌터카 등 비통신사업부분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며 "KT의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전혀 새로운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전통산업에 IT를 접목하면 각각의 부가가치에 두배 세배의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다"며 "ICT 융합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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