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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하이닉스, 엘피다 인수전 참여 잃을 것 없다"


실사 통한 적진 침투, 경쟁사 견제도 가능

[이혜경기자] 증권가에서 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전 참여가 전략적 판단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3월 30일 공시를 통해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1차 제안서를 제출했고, 향후 정밀실사 등을 바탕으로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우증권의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2일 "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전 참여는 도시바와 마이크론 등 다른 경쟁사의 엘피다 인수전 참여를 뒷전에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실사를 통해 적진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영화 '발키리(Valkyrie)'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며 "경쟁사들이 엘피다를 헐값에 인수할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견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경쟁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실사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오히려 얻을 것이 많은 옵션"이라고 봤다.

토러스투자증권의 김형식 애널리스트는 "입찰경쟁을 가열시켜 엘피다 시장 가치를 높게 만들어 헐값에 경쟁사에 넘어가지 못하게 할 수 있고, 엘피다 장비 및 지분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업계에서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1년말에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해 하이닉스의 D램 기술과 영업 노하우 등을 습득해 가는 것을 눈뜨고 당해본 경험이 있다. 하이닉스의 이번 엘피다 인수전 참여는 이 같은 경험에서 온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시각이 쏟아지면서, 엘피다 인수전 참여를 밝혔던 지난 3월30일에 4.1% 하락했었던 하이닉스는 2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소폭 반등하고 있다. 전거래일 대비 0.17% 상승한 2만9300원에 거래중이다.

◆하이닉스, 엘피다 인수 가능할까

하이닉스가 실제로 엘피다를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의 서원석 애널리스트는 "실속을 챙기기 위한 입찰참여"라며 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그는 "엘피다의 부채 48억달러(한화 5조4000억원)를 감안하면 인수가격은 3조원 전후가 될 것"이라며 "하이닉스의 자금여력은 현금등가물, SK텔레콤의 신주발행대금 유입 등으로 약 3조56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엘피다 인수 자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엘피다 인수 후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고, 생산 기지의 분산도 비효율적인 데다, 한국기업의 일본기업 인수도 정서상 일본에서 용납하기 어려워 통합 후 어려움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달리, 대우증권의 송 애널리스트는 전략적 입찰참여라는 시각은 동일하나,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일단 자금 동원력이 된다고 봤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설비투자 자금 등을 제외한 하이닉스의 실제 보유현금은 3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정했다.

2분기에 설비투자, 세전이익(EBITDA), 내부현금유보 등을 고려해도 1조 5천억원 정도는 내부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는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의 생산성(월 12만장)이 떨어지긴 하지만, 규모상으로는 4조원의 가치가 있다"며 "만일 자회사인 대만 렉스칩(월 8만장)의 생산능력을 감안해 월 20만장의 D램 생산시설을 약 2조원 이하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면 인수 가치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수에 따른 실익도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모바일 D램 분야에서 경쟁사의 진입을 막을 수 있고, ▲하이닉스의 PC D램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으로 증가해 44.6%를 점유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크게 좁아지며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의 기존 PC D램 생산시설을 낸드 생산시설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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