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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위기의 제약업계]②제약업계 지각변동 불러오나


제약사별 최대 20% 매출 손실…손실 체감도 달라 업계 순위 '요동'

[정기수기자] 올해는 110년 국내 제약업계에 분기점으로 기록될 '일괄 약가인하' 조치가 시행된다.

약가인하는 그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성장해 온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국민의 약값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정부의 취지 아래 오는 4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미처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강행하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몇 년 뒤 어느 쪽으로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약가인하 시행 한 달여를 남겨두고 아이뉴스24가 약가인하 정책이 가져올 올해 국내 제약산업의 추이를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복지부-제약사 '소송' 진행…향방은?

②제약업계 지각변동 불러오나

③약가인하 폭탄 'R&D'가 활로?


◆'반토막' 약값 현실화…'전문약' 비중 높을수록 손실 커

정부가 예정대로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을 단행함에 따라, 제약업계 순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 1일 본격적인 약가 시행에 앞서 지난달 29일 기등재 의약품의 약값을 평균 14%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고시된 9천202개 품목 중 6천506개 품목은 의약품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 대상으로 품목에 따라 오는 4월1일부터 최고가 대비 53.55%까지 인하된다. 인하 대상 품목이 전체 보험의약품 1만3천814개 중 47.1%에 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제도가 현실화된 만큼 각 제약사별로 최대 20% 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 체감도가 업체마다 달라 제약업계 상위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복제의약품 가격이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돼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매출 감소폭이 크다.

반면, 백신·수액제 등 필수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등 비급여 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1위 동아제약, 매출 손실 1천억 달해…2위 녹십자 맹추격

지난 1967년부터 국내 매출 1위를 지켜온 동아제약은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9천억원을 달성, 1조원 제약사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9천7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약가인하라는 악재에 부딪쳐 1위 수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동아제약의 전문약 매출 비중은 55%로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크게 높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주력 품목의 약가가 높다.

이 회사는 이번 약가인하 대상 품목에 95개 제품이 포함돼 국내 상위제약사 중 상대적으로 많은 품목은 아니지만, 약가가 높은 주요 품목들이 해당돼 약가인하로 인한 추정 손실 규모가 약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출 효자품목인 '플라비톨'과 '오팔몬' 2개 품목에서만 모두 100억원이상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플라비톨은 149억원, 오팔몬은 120억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동아제약은 이번 약가인하로 2개 품목에서만 무려 약 270억원의 매출이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은 자체개발 신약과 일반약 부문의 매출 상승을 통해 약가인하 손실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GSK와의 전략적 제휴 이후 제픽스, 헵세라 등 전문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들 제품의 판매분이 상품매출로 반영되고 있다. 박카스의 매출 급증세도 동아제약이 믿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슈퍼판매가 허용된 박카스는 약 1천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발매한 3호 신약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이 가세한다면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동아제약의 계산이다. 동아제약은 모티리톤이 3년내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가인하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면서 "그보다도 신약개발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확대 등 본질적인 회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위 녹십자는 상위 제약사 가운데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경우 약가인하 대상 품목이 15개밖에 되지 않고 매출의 75%를 백신과 혈액제제가 차지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필수의약품으로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되며, 백신은 건강보험 비등재 의약품이다. 이에 따라 매출 감소 폭도 15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 일괄 약가인하의 대상이 되는 전문의약품에서 우리 회사가 거둔 매출액은 1천100억원 정도로 전체의 14% 정도"라고 설명했다.

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한 1천915억원을 기록해 2천307억원을 기록한 동아제약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주력분야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서 세포배양이나 유전자재조합 방식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 희귀의약품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희귀의약품 시장의 블루오션을 선점해 장기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신제품의 성장세도 기대된다. 녹십자는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르면 올 4월부터 출시가 가능하다.

연간 1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현재 약 5천억원에서 수년 내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국내 4번째 천연물신약인 골관절염치료제 '신바로엑스'의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위권 내 순위 경쟁도 '엎치락 뒤치락'…각사 대책 마련에 분주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강행으로 제약업계 선두권 뿐만 아니라 10위권 내 순위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녹십자 등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상위 제약사 중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일괄 약가인하 후 제약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로 제네릭 중심의 영세 제약사는 도태되고 상위사의 과점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재편돼 업계 순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별 약가인하 대상 품목 수를 보면 국내 제약사 중 한미약품의 약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토바스트 등 총 196개 품목이 인하대상으로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된다. 연간 손실규모는 700억~800억원대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은 해외시장 매출 확대를 통해 손실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가 연간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매출 규모는 약 700억~800억원으로 주로 항생제 제품들이다.

최근에는 고혈압 신약 '아모잘탄'의 해외수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인 MSD로 보내는 '아모잘탄' 초도 물량에 대한 첫 선적 작업을 완료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부터 MSD와 4차례의 계약을 통해 '아모잘탄'의 수출 국가도 50개국으로 확대,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미약품에게는 오히려 수출증가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FTA 협정조항 중 ▲ 의약품 ▲ 의료기기 제조 ▲ 품질관리기준(GMP) ▲ 비임상시험기준(GLP) 상호인정이 미국시장 진출시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료수출 경쟁력이 높은 한미약품의 경우 향후 미국시장 진출에 따른 수출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출 의약품 매출 부분에서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신풍제약 155개 품목, JW중외제약 143개 품목, 종근당 136개 품목, 일동제약 122개 품목, 한국유나이티드제약 115개 품목, 대웅제약 105개 품목, 유한양행 103개 품목, 보령제약 101개 품목 등 국내 매출 10위권 내 상위제약사 대부분은 100개 이상의 제품이 약가인하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권경배 회계법인 태영 이사는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상위제약사들의 매출 손실 예상액이 1천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근당은 고혈압치료제인 '딜라트렌'.'살로탄',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로우' 등 만성 성인질환 전문의약품 분야에 집중해 매출 감소폭을 줄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만성 성인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의약품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의약품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출시한 신약 1호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매출액 순위 상위 100개 제품 중에선 대웅제약의 피해가 가장 크다. 총 7개 품목이 포함돼 1년 예상 매출 감소액이 591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웅제약은 강력한 영업력과 다른 회사들과 마케팅 제휴를 통해 약가인하 파고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영업인력만 800명이 넘는다. 또 현재 9곳의 다국적제약사들과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최소 15까지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주요 제약사들로부터 공동마케팅 제안을 받고 있다"며 "비용투자 대비 매출이 낮은 제품은 과감히 정리해 약가인하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가인하가 순위권 반등의 호재로 작용하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인해 고가의 복제약을 많이 보유한 업체일수록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면서 "이에 따라 다국적제약사의 고가 오리지널 품목이나 일반약 비중이 큰 곳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곳이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서 도입한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을 포함한 상품 매출 증대로 지난해 3% 성장한 6천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 상위권을 유지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40% 차지하는 LG생명과학도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 증가세로 순위 변동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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